[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카드·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가 취급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20조원에 육박하면서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신 심사나 사후 관리나 상대적으로 느슨한 상황에서 PF 대출을 급격히 늘려왔기 때문이다. 부동산 침체 국면에 자금조달 여건까지 나빠지면서 과거 저축은행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전수조사를 예고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섰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여전사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3% 늘었다. 5년 전인 2017년(6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불어난 규모다.
다른 업권과 비교해도 증가율이 가장 높다. 지난해 말 비은행권 부동산 PF 대출은 78조1000억원으로 2018년 말보다 94% 늘었는데 여전사 증가율은 146%에 달했다. 보험사(87%), 저축은행(78%), 증권사(73%)가 뒤를 이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최유리 기자 = 2022.07.06 yrchoi@newspim.com |
특히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주력했던 자동차금융 경쟁이 심화되고 가계대출은 당국 규제에 막히면서 기업금융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 PF 대출을 늘린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식어가면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미분양주택은 3563가구로 전월보다 20% 증가했다.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도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최근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도 원자재값 상승 여파로 멈춰 선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경고등을 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여전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겠다"며 강도 높은 조치를 예고했다.
금감원은 일단 여전사가 취급한 PF 대출에 대해 사업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대출이 나간 후 착공, 분양 등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리스크 변화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는 설명이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여신 심사 및 사후 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여전업계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었지만 심사나 사후 관리는 아직 개별 금융사 내부 기준에 맡기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특별한 부실 징후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향후 금리가 계속 오르고 부동산 시장도 이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라며 "리스크가 높은 대출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평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 사업안정성과 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며 "PF 대출의 최초 만기, 회수 가능성, 담보, 신용보강 등 상세구조뿐 아니라 부동산 관련 브릿지대출에 대한 건전성 추이를 계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저축은행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PF 대출 부실 여파로 대거 영업정지 사태를 겪었다. 당시처럼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면 외부 충격에 약한 여전사들이 더욱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처럼 수신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 발행 등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영향을 많이 받고 자본금 여력도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외부 충격에 상당히 취약하기 때문에 미리 충당금을 쌓거나 점진적으로 대출 회수 작업으로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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