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광주 복합몰 유치를 위한 '출사표'를 냈다. '복합 쇼핑몰 황무지'였던 광주에 '더현대 서울'을 능가하는 '더현대 광주(가칭)'를 출점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광주는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강력하게 작용하면서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복합쇼핑몰이 없는 곳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현대백화점] |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전날 광주시에 복합몰 유치를 공식화했다. 대상 부지는 광주시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부지 약 31만㎡(약 9만평)다. 현대백화점이 이 공장 부지에 복합몰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히 알려진 바 있으나 이를 공식화하고 청사진을 밝혔다는데 의미가 있다. 복합몰의 규모나 대략적인 개점 시점도 알려지지 않았다.
'더현대 광주'는 '더현대 서울'을 성공시킨 정지선 회장의 차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에 오픈한 '더현대 서울'은 미래지향적 도심형 쇼핑 문화 공간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하며 서울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정 회장은 '더현대 서울'의 개발 콘셉트 수립부터 공간 구성까지 직접 챙기며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개점 1년만에 매출 8000억원을 돌파하며 백화점 업계 최단기간 연매출 1조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광주'를 '더현대 서울'을 능가하는 복합몰로 구상하고 있다. 기존 교외형 쇼핑몰이나 창고형 매장과는 차별화된 '테마파크형 복합쇼핑몰'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에 제시하는 복합몰은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 소매점을 중심으로 결합된 지금의 복합쇼핑몰이 아니라 쇼핑과 더불어 여가, 휴식,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문화체험이 접목되는 새로운 업태를 이야기한다. 스타필드나 롯데몰에 이마트, 롯데마트가 입점해 있는 바와 달리 '더현대 서울'에는 대형마트가 입점해 있지 않다는 점이 큰 차이다.
지금까지 광주에 복합몰 유치가 힘들었던 이유는 대형마트가 입점하는 기존 복합몰 형태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시장 상인이 많은 광주 경제 구조가 깨질 수 있다"는게 복합몰 유치를 반대한 지역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주장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복합몰 유치가 가능한 기업"이라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은 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더현대 광주'는 현지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기로 했다. 신세계그룹이 지난 1995년 광주신세계를 유통업계 최초로 현지법인화한 방식이다. 지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세수로 환원해 지역경제와 동반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더현대 서울' 전경 2021.02.24 dlsgur9757@newspim.com |
여기에 주변 운암시장, 양동시장을 비롯한 전통시장과 중소상인과의 상생 의지도 강조했다. 기존 상권과 겹치지 않는 럭셔리 브랜드와 광주 지역에 선보인 적 없던 MZ세대 타깃의 새로운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장을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선전포고에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도 잇달아 출점 계획을 밝히며 광주는 유통3사의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광주신세계는 지난 6일 복합쇼핑몰 건립 계획을 조만간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 복합몰은 현재 광주신세계와 이마트가 있는 광천동 일대가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롯데그룹도 광주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롯데는 어등산 관광단지를 복합몰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광주시는 인구 143만명에 이르는 대도시로, 1인당 민간 소비는 전국 4위로 부산과 비슷하다"며 "잠재력이 풍부한 시장성과 윤 대통령의 공약, 복합몰 유치를 바라보는 지역 정치권, 주민들의 여론이 호의적으로 바뀌면서 유통기업들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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