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증시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데다, 투자은행(IB)과 기업공개(IPO)‧채권운용 부문에서 적잖은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NH투자‧키움‧한국금융지주 등 5개 증권사의 2분기 순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빠질 전망이다. 업계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국내 증권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실적 방어에 나섰던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유사한 사례가 나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2.07.07 ymh7536@newspim.com |
◆ '어닝서프라이즈' 파티 끝났다…2분기 순익 '반토막'
7일 KB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삼성‧NH투자‧키움‧한국금융지주 등 5개 증권사의 올해 2분기 순영업수익 합산금액은 1조 5470억원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조 6350억원과 비교해 41.3% 줄어든 금액이다.
5개 증권사 중 NH투자증권이 가장 높은 감소폭을 기록했다. 2분기 순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5950억원) 대비 58% 감소한 25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뒤를 이어 삼성증권이 48.9% 감소한 29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35.2% 감소한 3970억원, 한국금융지주는 28.9% 빠진 3760억원, 키움증권은 29.2% 하락한 2340억원으로 예상됐다.
실적 하락은 거래수익 감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2분기 일평균거래대금은 17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2.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매매비중은 1분기와 유사한 수준에 비슷하지만 회전율이 17.8%포인트 하락했으며 주식시장 급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매수대금과 매도대금의 평균)은 4조3009억원으로 2년 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KB증권은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금융지주 5개사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이 전년동기대비 33.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안타증권도 최근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유안타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한국금융지주‧삼성‧메리츠‧키움‧한양증권 6개사의 2분기 순영업수익 합산금액을 2조 667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9%, 직전분기 대비 13.6% 하락한 수치다. 자회사 지분 비율 등을 반영한 지배주주순이익 예상치는 현재 컨센서스보다 25.5% 낮은 8870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 외인 '셀코리아' 가속화…올해 국내서 15.2조원 내던져
외국인 투자들의 '셀코리아'도 한 몫하고 있다. 올해 1월 3일부터 이달 6일까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15 조247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외국인의 전체 매도금액(24조5652억원)의 6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로 인해 외국인의 매도 압력에 코스피지수는 1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2300선이 붕괴됐다.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채권금리 급등으로 증권사들이 보유한 채권 가격이 낮아져 채권평가손실이 커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일 기준 연 3.43%로 연초(연 1.85%) 대비 큰 폭으로 뛰었다. 이로 인해 미래에셋‧삼성‧NH투자‧키움‧한국금융지주 5개사의 트레이딩 및 상품 이익은 직전분기대비 92.1% 감소한 508억원으로 전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5월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뛰어넘은 이후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치가 크게 높아졌다"며 "6월 대부분의 증권사들의 채권평가손익이 매우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급등한 만큼 채권운용손실 확대가 예상되고, 여기에 주식 및 ELS(주가연계증권) 관련 이익 감소까지 나타날 것"이라며 "금리 급등이 증권업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 대외 리스크 압박에 구조조정 '카드 만지작'
일각에선 실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권사들이 실적 하락을 이유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2014년 한 해 동안 증권사 인력 3600여명이 직장을 떠났다. 2013년말 4만241명에 비해 3626명이 줄어든 것으로 10%가량 인력이 줄었다.
일부 증권사들은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3년 만에 희망퇴직자를 접수받았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과 근속 10년 이상 만 45세 이상 직원들이 대상이었다. 희망퇴직자는 기본 24개월치 임금과 4500만~6000만원의 생활자금, 자녀 학자금 또는 일시금 1000만원 등을 지원받는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12월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자는 만 45세 이상이며 근속기간 10년 이상 혹은 만 45세 미만이며 근속기간 15년 이상 직원이다. 희망퇴직에 접수한 직원들 가운데 총 28명의 희망퇴직을 지난달 31일 확정했다.
하이투자증권도 같은 달 중순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올해 만 59세가 된 1962년생부터 1966년생까지 50대 중반 이상의 임직원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정년까지 남은 기간 급여의 60%를 퇴직 위로금으로 지급받았다. 생활안정금도 1000만원(1962년생)부터 5000만원(1966년생)까지 차등 지급하며 희망퇴직자들이 재취업을 원할 경우 전문 영업직으로 1년간 다시 근무할 수 있다.
대형증권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호실적을 바탕으로 인력 충원에 나섰다"며 "올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과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각종 악재가 산적된 만큼 수익성 확보를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