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민선8기 서울시가 막을 올렸다. 4선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 어느때보다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민선8기. 뉴스핌은 한주간 있었던 서울시 주요정책 및 현안의 의미와 방향성을 짚어본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일 민선8기 취임 후 첫 민생현장으로 쪽방촌(창신동)을 찾았다. 서울시의 새로운 슬로건인 '약자의의 동행'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가장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는 쪽방촌 주민들과 노숙인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시장이 공개한 쪽방촌·노숙인 지원방안은 무료식사 확대와 폭염대비 생활환경 개선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민선 8기를 시작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골목에서 약자와 동행 '노숙인 및 쪽방주민 급식 등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07.01 leehs@newspim.com |
우선 5개 쪽방촌(서울역‧영등포‧남대문‧돈의동‧창신동) 인근에 각 10개소씩 총 50개에 '동행식당'을 선정, 8월1일부터 운영한다. 민간식당 신청을 받아 지정하는 방식으로 쪽방촌 주민들은 이 곳에서 8000원 상당의 식사를 하루에 한번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7곳의 노숙인시설에서 제공중인 공공급식 횟수도 1일1식에서 2식으로 늘리고 단가 또한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한다. 적용시점은 동행식당 운영 시작과 동일한 8월1일이다.
쪽방촌 에이컨(150대) 설치와 냉방용품(여름용 침구세트) 지원은 수요조사 후 각 쪽방촌사무소를 중심으로 순차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선8기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쪽방촌으로 달려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그만큼 진정성이 있다는 의미"라며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쪽방촌 방문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7월에도 쪽방촌(남대문)을 찾았다. 폭염에 코로나까지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다. 이번 현장방문과 비슷하게 비좁은 골목을 누비며 주민들의 고충을 들었다.
기자가 동행한 당시 쪽방촌의 주거환경은 살인적인 수준이었다. 감염 위험 때문에 무더위쉼터 사용이 제한되면서 숨쉬기도 쉽지 않은 좁은 방안에서 더위를 피하는 사람이 상당수였다. "선풍기를 틀면 더운바람이 나온다"는 호소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장마철 무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된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2022.06.29 kimkim@newspim.com |
쪽방촌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주거환경 개선. 임대아파트라도 지어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매년 여름만 되면 주민들은 같은 고통을 호소하지만 돌아오는 건 일시적 '폭염대책'일 뿐이다.
쪽방촌 관계자는 "종종 주민들이 임대아파트를 공짜로 요구하고 생활비 지원까지 막무가내로 달라고 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분들이 원하는 건 여름에는 비와 더위, 겨울에는 눈과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기본적인 거주환경일 뿐"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쪽방촌 재정비는 어려운 문제다. 거주민과 집주인이 달라 개발협상이 난항을 겪기 일쑤다. 일방적인 개발을 추진한다면 거주민들의 이탈이 불가피하다. 민간주도개발을 하지니 가난한 주민들이 내쫒기게 되고, 공공주도개발은 정부와의 정책협조가 우선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해법모색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소한 '쪽방'을 벗어난 기회 정도는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서울시까지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영원히 쪽방촌을 벗어날 수 없다고 호소한다. '판박이' 여름대책이 아닌 진짜 '해법'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지금 필요한 건 기존 정책을 기반으로 지원을 늘리는 게 아니라 주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직접 현장에서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수년째 주거환경 개선을 요구하지만 변화는 없다. 이제라도 서울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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