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코로나19 확산이 완화하면서 국제선 여객 회복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양극화는 오히려 극심해지고 있다. 대한항공 등 FSC에 비해 LCC가 항공권 판매에 힘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가장 큰 이유는 고공행진한 항공권 가격 때문이다. 수요 대비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인해 FSC와 LCC의 운임이 과거 대비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게 된 결과다. LCC 마케팅의 핵심이었던 저가 운임이 부각되지 못하자 대한항공 등으로 수요가 몰린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LCC의 주요 고객층이던 중산층 이하의 해외여행 수요 역시 감소한 영향이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 울란바토르·싱가포르 신규 취항한 제주항공·티웨이항공 실적 '저조'
12일 항공포털의 노선별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29일부터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을 취항한 제주항공은 운항 첫날 탑승률이 64.5%로 집계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6월 한 달 탑승률이 각각 83%, 76~78% 수준인 데 비해 10%포인트(p) 이상 낮은 수준이다.
5월 말부터 싱가포르 노선 운항을 시작한 티웨이항공 역시 성적이 저조했다. 6월 한 달 탑승률은 52%로 대한항공(59~63%), 아시아나항공(78~80%)에 훨씬 못미친다. 특히 대형항공사들이 200명 후반대 좌석을 갖춘 A300-300, B787-9를 해당 노선에 띄우는 데 비해 티웨이항공은 좌석 수가 347석으로 많아 탑승률이 훨씬 떨어졌다.
해당 노선에 신규 취항한 LCC의 항공권 판매가 저조한 것은 해외여행 수요가 중산층 이상에 집중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비싼 항공권 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계층이 서비스 등을 고려해 대형항공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반면 LCC 수요를 견인했던 중저가수요는 해외여행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가격 메리트를 고려해 LCC 이용자들이 급증했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으로 인해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며 해외여행을 갈 여력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6% 뛰어 1998년 11월(6.8%) 이후 2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4%에 육박해 부담이 점점 커진다는 것도 우려 요인이다.
항공권 가격 급등으로 LCC의 낮은 운임 효과가 반감된 것도 대형항공사 판매 호조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보인다. 5월부터 코로나 확산세가 잦아들며 여행 수요가 급감한 데 비해 해외 유입에 대한 정부 방역이 이어지자 항공권 값 급등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같은 값이면 서비스가 좋은 FSC로 몰리는 심리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으로 LCC의 주요 고객이던 중산층 이하는 여행 부담이 커졌고 대신 여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은 항공권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다는 판단에 FSC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 물가 상승에 LCC 수요 감소·중산층 이상 FSC 선호 반영…LCC 올해도 험난
다만 지난달부터 정부가 본격적으로 국제선을 정상화하고 있는 만큼 항공권 가격은 점차 정상화할 전망이다. FSC, LCC 구별 없이 급등했던 항공권 값이 격차가 발생할 거라는 의미다.
울란바토르 노선의 경우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의 신규 취항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제주항공의 탑승률은 80%에 육박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71~74%, 67~69%로 6월 대비 탑승률이 일부 줄었다. A330을 띄운 티웨이항공은 같은 기간 탑승률이 42%에 머물렀지만 어쨌든 LCC 취항에 따른 분산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괌, 방콕 노선 역시 지난달 FSC 대비 LCC 탑승률이 높았다. 괌의 경우 제주항공은 89%에 달해 대한항공(65~67%)을 앞질렀다. 방콕은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이 각각 89%, 82%, 69% 순으로 높은 탑승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권 가격이 조금씩 정상화되겠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한 해외여행 수요 제한이 LCC에게 변수가 될 수 있다"며 "LCC는 올해도 험난한 한해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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