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 "(금융회사들이) 불필요하거나 차별받는 부분은 금산분리, 전업주의 등 과거의 전통적 틀에 얽매여 구애받지 않고 과감히 개선하겠다"며 금산분리 완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은행이 비은행 기업의 지분 15%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은행법 37조를 비롯해, 4%로 묶어 놓은 산업 자본의 은행 자본 보유 한도 역시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금산분리 원칙에 대해 "(금산분리를) 폐지하는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기술환경이나 산업구조가 많이 변했기 때문에 종전과 같은 금산분리 원칙을 그대로 고수하는 게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들의 혁신을 지연시키는 규제가 무엇인지, 해외 및 빅테크 등과 불합리한 규제차이는 없는지 살피겠다"고 언급했다.
제9대 김주현 금융위원장 취임식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별관에서 진행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임식을 마친 후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사진=금융위원회) |
현행법상 산업 자본은 은행 지분의 4%까지만 의결권을 가질 수 있고, 은행은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15%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필요성이 인정돼 금융위의 승인을 받은 경우만 예외로 인정한다고 돼 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산업 자본이 34%까지 보유할 수 있어 금산분리 원칙은 예외가 생긴 상태다.
금융권에선 김 위원장의 금산분리 완화 발언에 대해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소유의 길을 다소 터주자는 것 아니겠느냐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은행권은 "디지털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유통·통신·배달 등 다양한 생활서비스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 은행이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금산분리 관련해서 빅테크·핀테크와의 경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형평성을 갖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은행의 비금융사 지분 출자 제한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은행법 37조 15% 지분 출자 제한 등 은행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실제 금융당국은 은행, 보험 등 전 업권과 금산분리를 포함한 업권별 규제 완화를 위한 연구 용역과 함께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은행법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비금융 자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5% 이상 가질 수 없다고 돼 있는데, 이런 것들을 완화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슈"라며 "15% 초과 상한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은행법 개정 태스크포스(TF)에 이런 부분들을 건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KB는 알뜰폰, 신한은 배달앱을 하고 있는데 15% 이상 지분을 못갖게 돼 있으니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다"며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지배주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거나 은행법상 할 수 있는 업무를 배달업, 알뜰폰사업자 이렇게 나열을 하면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허용된 은행들의 부수 업무는 여·수신 등 은행 고유 업무와 연관성이 있거나 금융위 신고를 통해 신규 허용된 업무 등 총 35개 업무로 정해져 있다. 또 기업 구조 조정을 위한 금융위 승인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은행 자회사가 영위할 수 있는 업종은 은행업 등 은행업 감독 규정에 열거된 15개 업종으로 한정된다.
국내 은행이 다양한 금융·비금융 업무를 취급하는 해외 현지 법인을 인수할 때도 제약이 따르는 만큼 TF에선 ▲비금융 자회사 허용 ▲부수 업무 확대 등도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남들은 드론을 띄우고 전쟁하는데 우리 금융산업도 드론을 띄우게 해줘야 한다"며 "그런데 그 과정에서 금산분리 때문에 안된다면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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