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명은 기자 =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택가격 하방압력이 강해지고 있다.
민간 업체들이 부동산 소비자들 대상으로 한 하반기 주택 시장 설문조사에서 집값 하락 전망이 상승을 앞지르는 결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국책연구기관에서는 시계열 자료를 바탕으로 금리 상승기 진입 후 1년여 시차를 두고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하반기 집값이 강보합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던 부동산 전문가가 보합 내지 약보합으로 전망을 수정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대내외 경제 충격에 금리 상승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경우 집값의 대세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이와 같은 분위기는 짙어지고 있다. 반면 집값 결정 요인에 금리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연말로 접어들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날 일제히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2.05.17 pangbin@newspim.com |
◆금리 상승기 진입 후 12~15개월 뒤 집값 하락...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떨어진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설문 결과가 점차 늘고 있다. 부동산정보 업체 직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객을 대상으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1727명 중 61.9%가 올해 하반기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의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R114가 지난달 7일부터 20일까지 약 2주간 전국 2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38%는 하반기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승 전망 비율은 24%에 그쳤다. 6개월 전 진행된 상반기 전망 조사 때만 해도 상승 전망 비중이 48%로 하락 비중(14%)의 3배를 넘었다.
건설분야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경기 악화로 하반기 집값이 0.7%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리 인상이 12~15개월의 시차 두고 집값을 하락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금리 인하는 주택가격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보이지 않은 반면, 금리 인상은 단기적으로 하락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 인하는 초기부터 빠르게 주택가격을 상승시킨 반면, 금리 인상은 12~15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가격을 하락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 충격의 비대칭적인 구조를 확인한 셈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 5월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를 때 빠르면 내달부터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둘째주(1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4% 떨어졌다. 한 주 전(-0.03%)에 비해 낙폭을 키우며 7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엘스, 파크리오, 리센츠 등 잠실 대단지에서 급매물이 나오고, 최고가보다 3억원 이상 하락한 거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사의 모습. 2022.02.11 pangbin@newspim.com |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 금리 인상 지속되면 집값 대세 하락 가능성 크다 분석
부동산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불어난 유동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충격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져 앞으로 상당 기간 금리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연내 2.75% 정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로 인해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금의 금리 인상이 경기 호황에 따른 인플레이션 대응 차원이 아닌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진행되고 있어 하방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좋을 때는 향후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생겨날 수 있지만 경기가 나쁠 때는 그마저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주택 구매에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더라도 부동산 시장 경착륙은 막으려 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한 적절한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대세 하락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지만 금리 외에도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더 존재하는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집을 사려는 사람이 안 움직이면 급매가 늘어날 수 있고 그로 인해 수요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지면 거래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서 "올해 4분기에는 가격이 괜찮은 매물들이 시장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종합부동산세 기산일인 내년 6월 1일 이전에 집을 팔고자 할 수 있는데 해를 넘기면 시간이 촉박하다고 봐서 연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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