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나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업체의 익일 배송 회원제와 같은 구독 서비스는 현대 사회에 익숙한 결제 문화가 됐다.
이제 구독 서비스는 완성차 업계에서도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최근 BMW 코리아가 이른바 '엉따'로 통하는 열선시트 구독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소식에 논란이 일었다.
자동차 구입시 대부분 탑재된 기본 옵션으로 여겨지는 열선시트인데 매월 2만4000원 정도를 청구한다니 소비자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BMW는 잘못된 정보라고 해명했다. 이는 해외 사이트가 자동 연동돼 노출된 정보라며, 열선 시트 구독제는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국가에 출시된 것이고 한국은 해당되지 않는 서비스라는데 단순 해프닝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자동차 업계의 구독 서비스는 점차 확대하는 분위기다.
BMW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스마트키·네비 업데이트도 결제…GM 구독제 매출 연 2조원 넘어
13일(현지시간) IT전문 매체 더버지는 BMW가 정확히 언제부터 열선 시트 구독제를 도입했는지는 모르지만 영국, 독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고 알렸다. 구독제 옵션은 한달 18달러(약 2만4000원)이며 1년 180달러, 3년 300달러 등이다.
BMW는 열선시트 말고도 ▲상향등을 자동으로 켜고 끄는 기능인 '하이빔 어시스턴트'(월 10달러) ▲앞서 가는 차량과의 간격과 차선을 자동으로 유지해주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35달러) ▲역동적인 주행감각을 제공하는 가상 엔진음 '아이코닉 사운드 스포츠'(99달러) ▲네비게이션 맵 자동 업데이트(79달러) 등 다양한 구독 옵션을 판매한다.
구독제는 비단 BMW만의 서비스가 아니다. 일본의 토요타, 스바루, 렉서스는 차량 제어 모바일 앱으로 자동차 시동을 켜거나 문을 잠글 수 있는데 이용료가 부과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일부 캐딜락과 쉐보레 차종은 '슈퍼 크루즈' 기능을 월 25달러에 제공한다. 슈퍼 크루즈는 3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일부 미국 내 일부 고속도로와 국도, 간선도로에서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기술이다.
테슬라는 운전자 보조주행시스템인 완전자율주행(FSD) 가입형 서비스를 월 199달러에 판매한다.
완성차 업계가 이토록 구독 서비스 출시에 나서는 이유는 영업이익 증대에 있다. 특히 올해는 원자재값 상승으로 차량 제조 비용은 느는데 마진이 적다.
구독 서비스가 큰 수익 모델로 자리잡은 기업은 GM이다. GM의 지난해 구독 서비스 매출은 20억달러가 넘는다. 회사는 오는 2030년에는 매출이 250억달러로 뛸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GM의 구독제 매출은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펠로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고 더버지는 설명한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매출은 296억달러였다.
BMW 영국 온라인 스토어에 있는 각종 구독 서비스. [사진=웹사이트 캡처] |
◆ "선 넘네" 소비자들 반응은 대체로 불쾌
자동차에 컴퓨팅과 소프트웨어가 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운전자 편의를 위한 서비스를 원격으로 업데이트 할 수 있게 됐다. 구독 서비스는 내가 필요한 기능을 원하는 기간만큼만 사용할 수 있고 회사가 상시 소프트웨어를 최상의 상태로 관리해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문제는 이미 탑재되어 있는 열선시트도 월 구독료를 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캐나다 신문 '토론토 스타'는 지난 12일 사설에서 "청바지를 샀는데 매달 주머니 이용료를 내는 꼴"이라며 "향후 새 차를 샀는데 핸들 이용료로 월 15달러 내라고 하겠다"고 지적했다.
아직 대부분의 완성차 구독 서비스는 럭셔리 차종에 국한되어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점차 서비스가 일반 차량 모델로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기차 전환과 컴퓨터와 결합한 커넥티드 차량의 보급 증가로 원격 서비스는 완성차 업계에 이미 또 다른 수익모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미국 차량 판매 및 평가 회사 콕스 오토모티브가 향후 2년 안에 신차 구입 의향이 있는 고객 21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월/연 구독료 지불 의향이 있다고 답한 고객은 25%에 불과했다. 나머지 75%는 부정적이었다.
미국의 시장 조사 및 컨설팅 업체인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의 샘 아부엘사미드 수석 연구원은 "자동차 업체들은 고객들이 구독 서비스에 익숙해지길 바라지만 솔직히 이것이 성공할지는 회의적"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달 들어 미국의 평균 신차 값이 4만8000달러까지 치솟으며 어느 때보다 비싸다고 지적한다. 업계가 전기차로 전환하면 평균 차값은 더 오를 예정인데 반복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지불을 하라는 것은 소비자들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아부엘사미드 연구원은 "자동차 업체들이 구독료를 상쇄하기 위해 신차 판매 가격을 낮춰야 한다"며 "신차 가격을 낮추거나 구독 서비스로 전환하려는 옵션들을 줄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