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20원을 돌파하며 한국경제 비상이 걸렸다. 물가는 치솟고 금리도 오르는 상황에서 고환율까지 겹친 상황이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4원 오른 1326.1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넘어선 적은 2009년 4월 30일(중 고가기준 1325.0원) 이후 약 13년 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전날 대비 5.9원 오른 1318.0원에 출발했고 장중 한때 1326.7원까지 도달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으나 원화가치는 급락하며 원/달러 환율은 치솟은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이달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또다시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면서 미국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13년 2개월여 만에 원·달러환율이 1320원을 돌파한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는 2335.12에 개장해 다시 하락 전환했다. 2022.07.15 kimkim@newspim.com |
지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9.1%로 시장 전망치(8.8%)를 상회했다. 미국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1.3% 올랐다.
연준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논의한다. 시장에서는 한 번에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하는 울트라 스텝까지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전날 밤 연준 내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일제히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이날 영국, 일본, 캐나다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108.57로 전일대비 0.03%포인트 올랐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 약세 및 미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유로화는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사임 소식 등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하락했다. 엔화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공격적인 정책 정상화 기대와 일본은행(BOJ) 정책 스탠스 유지로 1%대 급락했다.
◆ 수입물가 상승→인플레이션…금리 올리면 경제주체 이자 부담↑
문제는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수출입물가 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54.84로 전월대비 0.5% 올랐다. 두달 연속 오름세를 기록한 것.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33.6% 상승했다. 수입물가는 약 3~8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환율 상승에 따른 경제 부담을 줄이려면 원화 가치가 높아져야 한다. 이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재차 인상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및 환율 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한은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7.13 photo@newspim.com |
하지만 이 경우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자칫 민간 소비가 꺾이고 기업 투자도 감소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경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고환율에 따른 고인플레이션과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경기 둔화 위험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며 "높은 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이라는 부정적 측면으로 부각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일부 가계와 기업 부채 상환 부담이 과중하게 늘어날 수 있다"며 "가계 및 기업 부채 상환 능력 및 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놓인 가계 및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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