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대법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 대해 처음으로 징역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청추시 청원구의 있는 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근로자 B씨에게 사전 협의 없이 전보명령을 내린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직장 상사인 C씨로부터 회식비 지급 강요와 폭언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대표인 A씨에게 신고했다. A씨는 오히려 무단 결근을 이유로 B씨를 해고했다.
심지어 A씨는 B씨의 진술을 녹음해 C씨에게 전달했고, C씨는 이를 이용해 피해 근로자들을 상대로 고소와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이후 사측의 부당해고가 문제가 돼 인사위원회가 열렸다. A씨는 B씨에게 복직 명령을 내린 뒤 주거지와 거리가 먼 곳으로 전보했다. B씨는 간병을 해야 하는 가족이 있는 상황에서 강제로 기숙사 생활을 하는 등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사측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피해 근로자인 B씨의 진술 청취나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C씨 만의 소명을 청취했다"며 "또 B씨에 대한 전보 조치를 내리면서 피해 근로자인 B씨의 주관적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인력 부족이라는 사측의 사정 만 고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생명과 신체,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보호 의무가 있다"며 "A씨 회사가 B씨의 부당 전보 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일련의 단계에서 취한 개개의 조치를 보면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의 경영 마인드는 현행 규범에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근로자를 대상화하고 인식하는 것에 기인한다"면서도 "이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 규정 신설 직후에 발생해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A씨가 미처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심은 1심 판결이 옳다고 보고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또한 원심을 받아들이고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대법원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민변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 사건은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신설된 직후에 발생한 것으로 법원은 사업주의 전보명령이 피해 근로자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임을 확인했다"며 "피고인의 근로자에 대한 낮은 수준의 인식은 언제든지 또 다른 피해자를 용인하고, 다수의 가해자를 방치할 것라고 밝혀 징역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양형이유로 설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사건의 피해 근로자는 복직한 이후에도 계속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지 못하고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됐다"며 "사법 절차를 통해 사업주의 책임이 확인됐음에도 피해자가 안전한 일터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까지는 계속되는 사업주의 시정 노력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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