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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하청 직고용' 판결 후폭풍…소송 앞둔 현대차·GM도 '긴장'

기사등록 : 2022-07-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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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못 했다" 산업계 '긴장'
경영 악화 우려에 勞勞 대립 조짐도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포스코발(發) '하청 근로자 직고용' 후폭풍이 불고 있다. 포스코 협력업체 직원들을 원청 소속으로 봐야 한다는 재판부 판단이 나오면서 산업계가 혼란에 휩싸인 모양새다. 

특히 협력사 지위 소송 중인 현대자동차와 한국GM에서도 비슷한 재판을 앞두고 이번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사진=뉴스핌DB]

◆ 포스코, 협력업체 1만5000여 명 직고용 '눈앞'…정규직 규모 수준

포스코는 사내 하청 노동자 15명은 2011년 소송을 제기한 후 11년 만에 포스코 소속 직원으로 인정받게 됐다. 재판부가 지난 28일 이들을 포스코 소속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다.

대법원은 이날 광양제철소 협력사 직원 59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협력업체 소속으로 파견됐지만 포스코의 직접적인 업무 지휘를 받았으며, 현행법상 허용하는 파견기간(2년) 이상 포스코에서 근무했다는 점을 들어 원청 소속으로 인정해달라는 게 원고 측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포스코가 설정한 공정계획 등에 따라 일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제철 공정 특성상 업무 유기성을 고려하면 원청과 하청업체 업무를 분리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또 입사 2년이 지난 시점부턴 고용 계약이 체결되거나 원청사 고용 의무가 생긴다고 봤다. 재판 도중 이미 정년이 지난 일부 원고에 대해서만 각하했다.

원고 승소한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포스코는 협력업체로부터 해고당한 일부 근로자에 대해서도 직접 고용해야 한다.

포스코는 현재 유사 소송 8개를 진행 중인데, 3차 소송을 제외한 1~4차 소송에서 하청 근로자들이 2심까지 모두 승소했다. 이번 대법원 판단에 따라 남은 소송에서도 원고 승소 가능성이 커졌다. 포스코 광양·포항제철소 내 협력사 100여 곳 고용 규모는 1만5000여 명. 포스코 정규직 숫자 1만7000여 명에 맞먹는 수준이다.

판결 직후 하청 근로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벌써부터 포스코 하청 근로자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전날 대법원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는 지금이라도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협력업체 직원 모두를 직고용해야 하며, 50년간 착취한 노동 보상으로 이제 사내하청을 직고용하고 우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뉴스핌DB]

◆ "현실 고려 안 한 판단" 현대차·기아 등 제조사도 '긴장'

포스코는 판결 직후 "회사는 대법원 판결결과를 존중하며, 신속히 판결문을 검토해 그 취지에 따라 후속조치를 이행할 예정"이라는 짧은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구체적 타임테이블과 관련해선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며 "문자 그대로 신속히 판결문부터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을 예상치 못한 분위기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여러 건이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도 하청 근로자 직고용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앞서 현대제철은 순천공장 하청 직원들과의 유사 소송 1,2심에서 패소했지만, 대법원에 상고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한국GM 등도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포스코 판결이 남은 유사 재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자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만 명 하청 직원들을 떠안으면 수조원에 이르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비정규직 근로자는 3000~4000명 규모이고, 한국GM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하급 근로자들을 모두 직고용해야 한다면 원·하청 계약 자체가 의미 없지 않나"라며 "고용 관행 전체가 뒤바뀔 것"이라고 봤다. 

한국GM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비정규직을 쓰는 구조 자체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직원들을 전원 직접 고용하면 비용 부담이 크니 하도급 시스템이 생긴 것인데, 재판부 판단은 이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하도급과 불법 파견 기준도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이 노노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 한 직원은 "협력사 직고용은 결국 원청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텐데 직원들 입장에선 마뜩잖지 않겠냐"라며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재판부 판단에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경총은 전날 낸 입장문에서 독일과 일본 등 경쟁국가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판결은 도급계약의 성질과 업무 특성, 산업생태계의 변화,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 등을 충분히 고려치 못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경우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choj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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