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2년 7월 27일 오전 베이징과 상하이 훙차오역 간 부흥호 고속철, 허베이 평원을 가로지르는 열차 속도는 시속 330킬로미터를 넘어섰다. 열차는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 벌판을 고속 질주한 뒤 정확히 두시간 10여분 만에 목적지인 취푸(曲阜) 동 역에 멈춰섰다.
기차 역사를 빠져나가기 전에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코로나19 핵산검사다. 핵산검사를 위해 기차 역사 VIP 대기실로 들어서자 벽면에 유학을 주제로한 대형 그림이 걸려있고 그림 맨 위에 '진저웨 위안저라이(近者悦远者来)'라는 논어의 한 귀절이 쓰여져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면 멀리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인구를 늘리고 경제를 부흥시키는 방도. 춘추시대 공자가 엽공에게 제시한 치국관이다. 수천년 전 공자가 오늘날 세계의 과제로 떠오른 기업 유치와 출산 및 인구 증가의 해법을 정확히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일상 속담 등 흔한 예기도 아닌데, 나흘전(7월 22일) 서부 도시 충칭 박람회 취재 현장에서 발견한 공자의 이 경구를 산둥성 유가의 본고장에 와 차에서 내리자 마자 또다시 마주하게 된 것은 참 묘한 인연이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2년 7월 27일 산둥성 지닝시 취푸 동역 역사 휴게실에 유가를 주제로 한 그림이 걸려있고 그림 우측 윗 쪽에 '진저웨 위엔저라이'라는 공자의 경구가 쓰여져 있다. 곁에 있는 사람한테 잘 해주면 멀리서 인구(기업자본)가 모여든다는 의미다. 2022.07.30 chk@newspim.com |
뉴스핌 기자는 7월 27일~29일 산둥성 지닝(濟寧)시 선전부와 중앙 CCTV 궈지짜이센(国际在线)이 주관한 '저우두 산둥(走读山東, 산동을 주유하며 논어를 읽다)'이라는 타이틀의 지닝시 현장 취재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코로나 통제로 6개월 넘게 갇혀있다가 베이징을 벗어나 현장 기사를 쓸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보도 활동에 활력을 준다.
"지닝시는 산둥성 남서부에 위치해 있고 인구가 890여 만 명입니다. 베이징과는 지금 막 타고 온 것 처럼 고속철로 두시간 남짓 거리예요. 런청(任城)구와 옌저우(兖州)구 등 시 중심을 비롯해 동쪽에 공자의 고향 취푸(曲阜)시와 맹자가 태어난 저우청(邹城)시 등 현급 도시가 있어요. 도시 서쪽에는 자샹(嘉祥)현과 수호전의 배경이 된 양산(梁山)현, 마늘 주 생산지 진샹(金鄕)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왕레이(王磊) 지닝시 시위 선전부 부부장은 27일 낮 베이징과 난징 등에서 온 외국 기자들을 초대해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이렇게 지닝시를 소개했다. 그는 "지닝시는 인문적 요소가 농후한 역사 전통의 도시"라며 "최근에는 첨단 신흥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2년 7월 29일 산둥성 지닝시 취푸의 공자 사당인 공묘에 중국 각 도시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붐비고 있다. 2022.07.30 chk@newspim.com |
옆자리에 앉은 지닝시 공무원은 기자와 위챗 연락처를 추가하고 인사를 나눈 뒤 진샹현에서 생산되는 마늘의 상당량이 한국으로 수출된다고 설명했다.
산둥성 내륙에 속하지만 지닝시 성장의 맥박은 어느곳 보다 빠르게 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왕레이 부부장은 코로나가 전국을 습격한 2022년 상반기 지닝시 GDP 성장률은 전국 성장률 2.5% 보다 훨씬 높은 4.1%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소비도 전국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지만 지닝시 소매 판매는 1.7%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닝시 산하 취푸시의 경우 주요 관광지 2022년 6월 유커(관광객)가 46만명으로 2021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취푸의 3공(공부 공묘 공림) 관리 사무소 관계자는 공부의 하루 관광객이 한창때 처럼 3~4만 명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최근 1만여 명까지 회복됐다고 귀뜸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베이징 남역과 상하이 홍차오 역을 오가는 중국의 부흥호 고속철 G107. 운행 최고 속도 시속 350킬로 미터인 이 고속철 열차는 2022년 7월 27일 오전 허베이 평원을 가로질러 시속 330여 킬로미터로 고속 질주했다. 2022.07.30 chk@newspim.com |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