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 캔자스주 유권자들이 낙태권 보호 조항을 삭제하려던 헌법 개정안을 부결시키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진영이 한껏 고무됐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낙태권 이슈를 더 거세게 밀어붙일 기세다.
캔자스주는 지난 2일 낙태권을 부분적으로 보장한 주 헌법을 삭제하는 방안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는 주민 투표를 실시했다.
캔자스주는 보수색채가 강하고 주 의회에서도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캔자스주 공화당 의원들은 미 연방 대법원이 지난 6월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번복하는 판결을 내리자, 주 헌법의 보호 조항 삭제를 추진하면서 이를 주민 투표에 부쳤다.
결과는 미국 전역을 깜작 놀라게했다. 보수성향이 강했던 캔자스주의 유권자 다수가 낙태권 폐기를 위한 주헌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잠정 집계 결과 반대표는 59%, 찬성표는 31% 안팎으로 나타났다.
CNN 방송은 이번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86만9000명 정도에 이른다면서, 이는 과거의 이 지역 중간 선거 투표 참여자보다 더 많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투표 결과가 다수 유권자의 참여를 통해 드러난 민심이라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겐 희망을 불어넣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치솟는 물가와 경제 불안이 겹치면서 민주당 진영에조차 오는 11월 중간 선거의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낙태권 보호 이슈를 내세워 지지자를 다시 결집하고 중도 성향 유권자를 흡수할 경우 공화당과 맞설 수 있다는 점이 캔자스주 주민투표를 통해 입증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보호 폐기 판결이 나온 직후 낙태권과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선 중간 선거 투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태권을 지키기 위해선 이를 옹호하는 민주당에 표를 몰아달라는 호소다.
캔자스주 주민투표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낙태권 문제를 11월 중간 선거의 핵심 이슈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캔자스주 주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결과는 미국인들이 여성게게 스스로의 건강에 관해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환영했다.
3일에는 보건복지부에 낙태가 금지된 주에서 다른 주로 이동하려는 낙태 환자를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낙태가 금지되거나 엄격히 제한되고 있는 지역은 현재 텍사스, 오클라호마, 앨마배마, 아칸소주 등이며 이들 대부분은 공화당의 텃밭 지역이다.
반면 공화당 지도부는 물가, 경제 이슈등을 내세워 11월 중간 선거 승리를 노리고 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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