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이 부족하다면 피고인을 유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간병인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19년 7월 약 20일간 서울 강서구 소재의 한 병원에서 당시 70대 여성 B씨를 간병했다. A씨는 당월 28일 B씨가 가족 면회를 했음에도 자신을 위해 먹을 것을 사오지 않았다며, 그의 팔과 다리를 꼬집고 비트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A씨는 다음날인 29일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B씨의 젖꼭지를 비틀고, 그의 턱 밑 부위를 수회 때린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B씨가 진술 과정에서 범행일시에 다소 혼돈을 보인 것을 인정하면서도, 사건이 일어난 때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는 점 등을 고려해 A씨의 혐의를 인정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가 뇌수술 후 섬망 증상으로 인해 허위 사실을 진술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B씨가 수술 이후 일상생활이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고 섬망 증상이 심하지 않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섬망 증상으로 인해 당시 상황을 오인하거나 착각해 진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B씨의 딸들이 1심 재판 과정에서 그에게 섬망 증상이 있었다고 진술한 점, A씨가 B씨에 의해 종아리 부분에 화상을 입었으나 B씨가 이를 기억 못하는 점 등을 종합해볼 때 폭행 경위나 내용 등에 대한 B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 객관적인 정황과 경험칙 등에 비춰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야 한다"며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B씨가 증거로 제출한 사진에서 양쪽 유두와 턱부위를 포함한 얼굴 부분, 다리 부분에도 멍 자국 등 특별한 외상이 확인되지 않는다. 위 팔뚝 안쪽 부분의 멍은 피해자가 주사 삽입 부위를 임의로 제거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했거나 고정용 장갑 착용 이후 움직임에 불편함을 느낀 B씨가 몸부림 등을 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합리적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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