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한국경제가 안팎으로 경기침체(R)의 위기에 처했다. 물가는 치솟고 금리와 환율도 고공행진하는 3중고로 하반기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어둡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대립 격화로 세계 경제도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비상 경영에 돌입했으며 정부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한국경제 현주소를 진단하고 정부와 기업의 바람직한 대응방안을 모색해 본다.
[서울=뉴스핌] 양태훈 송현주 기자 = 국내 빅테크 및 게임 업계가 인력 문제 허덕이고 있다. 개발인력 수요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경제활동의 증가로 급증하자 경쟁적으로 연봉인상에 나서면서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실제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올해 1분기 자사 플랫폼에 등록된 채용공고수를 분석한 결과, 2019년 대비 IT인터넷 직무와 IT정보통신 산업 분야 채용공고는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 국내를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지난해 앞 다퉈 연봉인상을 통한 개발인력 쟁탈전을 벌이면서 이직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전반으로 인력 쟁탈전이 일어나면서 최근 고용 시장에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가 고환율·고물가·고금리라는 복합적인 위기에 처하면서 소비 위축에 따른 ICT 업계의 수익성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도 문제다. 일례로 취업 플랫폼 사람인이 848개 회사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72%가 ICT 분야 업체의 연봉인상 소식이 부담스럽다고 답하기도 했다.
◆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에 위기감 높아진 게임사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2020~2030 중장기 인력수급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자료처리, 호스핑, 포털 및 기타 인터넷 정보 매개 서비스업은 포털과 다른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앞으로 고용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8일 <뉴스핌>이 네이버, 카카오, 넷마블, 크래프톤, 펄어비스, 웹젠, 위메이드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직원수는 2020년 1만294명에서 2021년 1만2240명으로 18.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기업의 직원 평균 임금은 같은 기간 5억1392만원에서 7억1769만원(7개 기업 직원 평균 임금 합계)으로 39.6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ICT 업계의 인건비 상승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졌다. 이들 기업의 1분기 인건비는 ▲네이버 3812억원(전년비 15.2% 증가) ▲카카오 4200억원(전년비 43% 증가) ▲넷마블 1868억원(전년비 30.3% 증가) ▲크래프톤 1105억원(전년비 30.5% 증가) ▲펄어비스 436억9400만원(전년비 20.1% 증가) ▲웹젠 154억원(전년비 11% 증가) ▲위메이드 443억6700만원(전년비 178% 증가)에 달했다.
[자료=잡코리아] |
인건비 부담은 곧바로 경영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게임사들의 타격이 컸다. 넷마블은 1분기에만 1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펄어비스와 웹젠, 위메이드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5%, 40%, 76% 줄어든 914억원, 223억원, 65억원에 그쳤다.
무리한 인력 쟁탈전은 게임 업계의 구조조정으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중견 게임사 '베스파'는 1분기에만 4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최근 경제 자금난 등으로 파산 위기에 처하자 대규모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베스파는 지난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1200만원씩 연봉을 인상하는 등 IT 업계의 임금 인상 열풍에 합류한 바 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국내 게임사들이 영업비용(인건비, 마케팅비 등) 부담 증가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신작을 대거 출시해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판호가 열리지 않은 상황이고,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규제완화도 기대할 수 없어 이제부터 게임사들의 옥석 가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 글로벌도 국내도 빅테크·게임 업계 채용은 '꽁꽁'
문제는 한국경제가 복합위기에 빠진 가운데 글로벌 시장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ICT 기업인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최근 전체 인력의 1% 미만을 감원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메타 역시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감축을 진행 중이다. 양사는 올해 신규 채용 규모두 줄이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의 인력 감축 조치는 국내 ICT 업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미 네이버는 올해 채용 규모를 예년 대비 30%가량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기업들마다 채용 정책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인력 감축과 신규 채용 축소가 예상된다. 엔데믹 선언으로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진 상황에서 실적 반등을 위한 모멘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포털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는 비대면 경제활동의 증가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벤처, 스타트업으로 고급 개발인력이 고액의 연봉을 받아 이직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고용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라며 "단편적이지만, 네이버가 당분간 채용인력을 늘리지 않겠다고 밝힌 것만 봐도 얼어붙은 채용 시장의 상황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은 게임 업계 역시 비슷하다. 위메이드가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채용인력 확대 계획을 밝혔지만,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예년 대비 적극적인 신규 채용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안정성을 선호하는 경력직 개발자들이 스타트업 및 중소 게임사에서 대형 게임사로 몰리면서 채용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고액 연봉이나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원하는 개발인력들이 스타트업에 몰리는 현상이 있었는데 최근 경기 상황이 악화되면서 안정적인 대형 게임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그렇다고 호실적을 기록한 대형 게임사들도 채용 규모를 예년보다 대폭 늘리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예상치 못한 경기 침체에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수익이 크게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위메이드는 2분기 흥행작 부재로 인해 33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한 어닝쇼크로, 위메이드는 2분기 인건비로만 전년 동기 대비 244% 증가한 562억원을 지출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앞서 위메이드의 2분기 영업이익으로 36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인건비 부담은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 역시 피하지 못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 [사진=카카오] |
카카오는 2분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171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2.7%포인트 감소한 9.4%에 머물렀다.
카카오의 2분기 인건비 지출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42% 늘어난 4262억원으로 영업비용 증가를 견인한 탓이다. 에프앤가이드는 카카오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로 제시한 영업이익 1758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면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지난 2년의 팬데믹 기간 동안 형성된 높은 비전은 성장성 측면에서 상반기에도 부담이 됐고 하반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를 전했다.
◆ 이커머스 업계도 인재 확보 경쟁에 수익성 악화
유통 업계 역시 개발자 채용 이슈는 중요한 화두다. 코로나19 시대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던 이커머스들은 스톡옵션, 사이닝 보너스를 제시하는가 하면 사옥 이전 등을 통해 우수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불붙은 인재 확보 경쟁은 인건비 등 지출 비용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을 악화할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개발직군을 중심으로 대규모 채용에 나서면서 인센티브 제시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는 데 기인한다.
SSG닷컴은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를 인수하며 IT 인재를 선제적으로 영입한 데 이어 현재는 신입 개발자 '테크 루키'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채용 인원은 두 자릿수 규모로 인턴십 과정 없이 바로 정규직 입사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SSG닷컴은 개발자를 찾아 본사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센터필드로 사옥도 옮겼다. 강남이 개발자 인력 채용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쓱닷컴의 본사에 약 1000여 명의 직원이 있다. 이중 절반인 500여 명이 개발자다. 경력직 개발자는 상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W컨셉 전체 직원 수가 250명이고 이 중 30%가 개발자임을 감안하면 전체 개발자 수는 600명대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추산된다.
SSG닷컴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 [사진=이지스자산운용] |
롯데온은 아예 개발자 키우기에 돌입했다. 최근 신입 IT 개발 인력 채용을 위한 '채용 연계형 교육생'을 모집하고 나섰다. 채용인원은 두 자릿수 규모 모집 분야는 IT 개발 직군이다. 3개월간 IT 전문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마친 후 실무에 투입된다. 교육비는 롯데온이 부담하며, 교육생에게는 교육 과정 중 매월 훈련 수당도 지급한다.
파격적인 조건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SSG닷컴은 앞서 일부 개발자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했다. 작년 상반기 두 차례 걸쳐 스톡옵션을 줬으며, 올 초 신입 개발자 채용 모집에선 사내 기여도에 따라 회사 주식을 준다고 예고했다.
문제는 개발 인력 쟁탈전은 포털, 게임사와 마찬가지로 이커머스 업계에도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해 수익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에 큰 성장을 이뤘으나 국내를 중심으로 커온 만큼 향후 성장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IPO를 앞두고 있는 만큼 개발자 인력을 줄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커머스 사업자들의 전략이 성장성 중심에서 수익성 개선으로 전환될 수 밖에 없다"며 "서비스 개선 등을 위해 숙련된 개발자 영입 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점도 업계로서는 수익성 악화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SSG닷컴은 올 1분기 매출이 425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6.1% 늘었다. 영업손실은 257억원으로 전년동기 226억원보다 31억원 확대됐다.
롯데온의 경우 같은기간 매출은 260억원으로 전년 동기(280억원) 대비 7% 줄었고, 영업적자도 450억원으로 전년 동기(290억원) 대비 35%나 하락했다. 컬리는 가장 최근까지 공개된 실적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1조5614억원(연결 기준)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고 31일 밝혔다. 영업적자도 2020년 1162억원에서 지난해 2177억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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