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한국경제가 안팎으로 경기침체(R)의 위기에 처했다. 물가는 치솟고 금리와 환율도 고공행진하는 3중고로 하반기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어둡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대립 격화로 세계 경제도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미 비상 경영에 돌입했으며 정부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뉴스핌>은 한국경제 현주소를 진단하고 정부와 기업의 바람직한 대응방안을 모색해 본다.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주요국 금리 인상이 가속화하면서 한국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물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수출도 미국, 중국, 유럽 시장이 모두 불안정해진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고용은 그나마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의 공공일자리 축소로 미래에는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가와 소비, 투자, 수출 등 경제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들이 적신호를 나타내면서 복합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물가…무역적자 4개월 연속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08.74로 1년 전보다 6.3% 상승했다. 이는 환율 급등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른 시기인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상승률이 2개월 연속 6% 대를 이어간 것도 24년 만에 처음이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12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고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도 이전보다 확대됐다. 여기에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상승률(6.0%)도 29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면서 높은 물가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가파른 물가상승세 영향으로 국내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지난 6월 소비는 전월 대비 0.9% 감소했다. 소비는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는데, 이는 1997년~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높은 물가상승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심리도 위축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공급 병목 문제와 화물연대 파업에 따라 차량 인도 지연 사태가 겹쳐지면서 승용차 소비가 크게 줄었다. 그 밖에 오락·취미, 경기용품을 포함한 준내구재 소비와 가정에서 먹기 위해 사는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도 일제히 감소했다.
설비투자 역시 낮은 증가세에 머물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전월(5.4%)보다 낮은 –0.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선행지표인 6월 국내기계수주는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7월 기계류 수입액은 –7.8%의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 경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출 증가세도 제약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미국 등 주요 교역상대국 성장세가 둔화한 영향이다. 지난 7월 수출은 전월(5.2%)보다 높은 9.4%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일평균 기준으로는 전월(14.8%)보다 소폭 낮은 14.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46억7000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4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으로 올해 1~7월 간 누적된 무역적자액은 150억2000만달러(약 19조6000억원)에 달했다. 고용의 경우 지난 6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84만1000명의 높은 증가폭을 기록하는 등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앞으로 정부의 공공일자리 축소 등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고용지표에 반영되면 좋은 성적이 계속해서 이이질지는 미지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많은 기구들에서 앞으로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해서 무게를 두는 전망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물가와 민생안정에 대해서는 가용수단을 다해서 취약계층을 보듬는 정책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주요 기관들, 성장률은 낮추고 물가 전망은 올려
주요 기관들은 하반기 한국경제 전망에 대해 일제히 어두운 진단을 내리고 있다. 6% 대 물가가 두달 연속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 인상과 주요국들의 통화 긴축 정책으로 수출도 위축된 영향을 반영한 결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내려잡았다. 지난해 12월 OECD가 전망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3.0% 였는데 6개월 사이 성장률 전망치가 2% 대로 가라앉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원자재 수급난과 국제유가 급등세가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란 우려를 반영했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OECD가 예상한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8%다. 이는 지난해 12월 OECD가 발표한 전망치(2.1%)보다 2.7% 포인트(p) 올린 규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보다 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IMF가 전망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3%로 주요 국제기구의 전망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지난 4월 전망치(2.5%)와 비교해서도 0.2%포인트 낮아졌다. 내년도 경제성장률도 지난 전망치(2.9%) 대비 0.8%p 내린 2.1%로 제시했다.
정부와 중앙은행도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한은은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 3%에서 2.7%로 0.3%포인트 낮췄다.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2.7%) 달성이 어렵다는 점도 시사했다.
정부는 한은보다도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은 2.6% 였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3.1%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국내 경제에 비상등이 켜지며 성장률 전망치를 0.5%p 대폭 낮춘 것이다.
반대로 물가상승률은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을 2.2%로 전망했지만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이를 4.7% 로 대폭 높였다. 이러한 전망이 맞아 떨어진다면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2008년(4.7%) 이후 14년 만에 최대가 될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많은 기구들에서 앞으로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해서 무게를 두는 전망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물가와 민생안정에 대해서는 가용수단을 다해서 취약계층을 보듬는 정책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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