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산업

공정위, 대기업집단 제도 '손질'...재계, 전면폐지론 다시 고개

기사등록 : 2022-08-08 11:32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대기업집단 총수 친족 범위 축소 입법 추진
재계, 규제완화로 부족…지정제도 폐지 주장

[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윤석열 정부가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정책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손질에 나선다. 대기업집단 총수의 친족 범위를 축소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대에 뒤떨어지는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쿠팡의 대기업집단 진입과 함께 총수 지정 논란이 계속되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차제에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자체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총수 친족 범위 줄이고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손질

8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의 총수 범위를 축소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

공정위는 매년 5월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그룹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그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와 그의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의 지분 소유 현황 등 자료를 제출받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규제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친족의 범위에 대해선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스핌 DB] 2021.11.12 jsh@newspim.com

이에 따라 친족 범위를 시대 현실에 맞게 조정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혈족 범위는 6촌에서 4촌으로, 인척은 4촌에서 3촌으로 좁히는 대신 배우자의 경우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도 친족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대기업집단 총수일가 사익편취 심사지침 개선 작업에도 착수했다. 공정위가 대한항공이 계열사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부과한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최근 판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법원이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와 관련한 부당성 등 관련 입증 책임이 공정위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입증 책임이 강화된 만큼 공정위는 앞으로 대기업집단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보다 촘촘히 해야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정위 규제가 느슨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 36년 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재계 "전면 폐지해야"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총수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개선에 나섰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재계는 30년 넘게 유지돼온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자체를 이참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도 도입의 근거인 경제력 집중을 억제할 필요성이 사라졌고, 과도한 규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주된 이유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일부 상위 대기업 그룹으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지난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하지만 바뀐 시대상과 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새 정부 들어 경제 패러다임을 정부에서 민간 주도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 움직임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9일 국회에서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지정제도 30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정책 세미나가 열린다. 외국자본의 유입과 신(新)산업의 등장으로 다양성이 확대되는 경제 환경에 발맞춰 과도한 규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최근 재계에서는 기존 재벌그룹과는 지배구조 형태에서 차이를 보이는 IT(정보통신) 기업에는 다른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보완할 것을 제안했다. 플랫폼이나 IT 주력 대기업집단의 경우 자산이 본질적 요소가 아닐 수 있으므로 계열사 수나 주요 플랫폼의 영향력 크기, 기술 특허 보유 정도 등 보완 지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은진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새로운 유형의 산업이 출현하고 규모에 비해 가치가 큰 기업도 생겨나고 있는 만큼 이를 판별해 제도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지난해 쿠팡 총수 지정 논란이 벌어졌을 때 이미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1980년대 산업 기반이 약하고 경제 규모가 크지 않았을 때 일부 특정 기업으로의 쏠림 현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dream78@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