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달 미국의 고용 지표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으며 견고한 모습을 보였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침체 시그널이 확인되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
지난 5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52만8000명이 증가해 1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번 수치는 월가 예상치 25만8000명을 두 배 넘게 웃도는 수준이다. 또 7월 실업률은 3.5%로 직전월보다 0.1%p 하락했고,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5.2% 올랐다.
이번 지표 발표에 전문가들은 시장 내 침체 우려가 지나치다는 경고를 쏟아냈다.
존 핸콕 투자운용 공동 투자전략대표 에밀리 로랜드는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7월 고용지표는 미국 경제가 아직은 침체에 빠지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캐피탈이코노믹스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피어스 역시 "비농업부문 고용이 7월 중 예상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였고, 실업률도 더 내려왔다는 점은 경제가 침체 위기라는 주장을 비웃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견실한 고용지표에도 불구하고 채권 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심화되며 깊어진 침체 우려를 시사했다.
지표가 발표된 5일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 격차는 최대 45bp까지 벌어지며 2000년 8월 이후 가장 큰 역전 폭을 기록했다. 이날 미국채 2년물 금리는 3.2422%로 20bp 넘게 오르며 2주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10년물 금리는 2.8287%로 15bp가 올랐다.
통상 장기 금리는 단기 금리보다 높지만 이처럼 장단기 금리가 뒤집어지면 침체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이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55년 이후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가 있을 때마다 일어났고, 통상 6~24개월 정도의 경기침체를 불러왔다. 대표적으로 2006~2007년에 2년물과 10년물 채권 금리가 역전한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바 있다.
미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 추이 [사진=FRED] 2022.08.08 kwonjiun@newspim.com |
◆ 9월 연준 선택과 '경착륙' 가능성은
채권 시장서 장단기 금리가 이전보다 더 심하게 뒤집힌 것은 고용 지표를 확인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 통제를 확실히 하기 위해 오는 9월 회의를 비롯해 연말까지 긴축 페달을 세게 밟을 것이고 그로 인해 침체가 발생할 것이란 불안이 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지난주 고용 지표 발표 후 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75bp 올릴 가능성을 가장 많이 반영하고 있다. 6월과 7월에 이어 세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취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8일 오전 현재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9월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72.5%까지 뛰었다. 지표 발표 전인 4일만 하더라도 50bp 인상 가능성이 더 높았었다.
현재 연준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 파이팅이 우선이라며 고강도 긴축 지속에 대한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침체는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미셸 보먼 미 연준 이사는 6일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계속 하락하는 것을 볼 때까지는 직전과 비슷한 규모의 금리인상을 논의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 내 견해"라면서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 논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고용 지표에 앞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은 미국 경제가 침체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7월 고용 지표 자체가 연준의 연착륙 가능성에 힘을 싣는 듯 보이나 예상보다 가파른 임금 상승세는 기업이 높아진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게 계속 전개할 가능성을 열어둬 연준의 인플레 파이팅이 길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블랙록 릭 라이더는 "임금 성장세가 둔화돼야 인플레 파이팅이란 목적 달성이 쉬워질 텐데 이번 지표는 그런 차원에서 연준에 전혀 안도감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시간 기준 8일 오전 기준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금리 인상 가능성 [사진=CME그룹 데이터] 2022.08.08 kwonjiu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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