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오는 8·28 전당대회 유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불씨가 당헌 개정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에 대한 직무정지' 내용을 담고 있는 당헌 80조를 개정할 것이냐를 두고 당내 분란이 빚어진 것이다.
이 후보는 현재 대장동·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후보가 당대표로 당선됐을 경우 검찰의 기소 여부에 따라 해당 당헌 규정이 이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셈이다.
현재 이 후보의 '강성 지지층'은 당헌 80조 개정을 요구 중이다.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서 당헌 개정에 동의한 인원은 5만 명을 훌쩍 넘은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7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 인천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2022.08.07 photo@newspim.com |
◆ 비명 "당헌 80조, 文 당대표 시절 의결 혁신안…최소한의 안전장치"
이와 관련, 이른바 '비명(비이재명)계'는 반대 목소리에 한창이다. 대표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당헌 제80조는 2015년 문재인 당대표 시절 의결된 당 혁신안"이라고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이어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부정부패와 단호하게 결별하겠다는 다짐으로 혁신안을 마련했다. 이를 바꾸거나 없애는 것은 당 혁신 노력을 공개적으로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경찰의 부당한 정치개입 수사가 현실화했을 때, 기소만으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에 대한 대응과 당헌 개정 논의는 실제 그러한 문제가 불거진 후 당 차원의 공론화 과정과 충분한 의견 수렴에 의해 검토되고 결정되어야 할 일"이라고 봤다.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하며 당권 레이스 중인 박용진 후보 또한 당헌 개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그는 SNS를 통해 "자생당사(自生黨死) 노선을 막아야 한다"며 "부정부패 연루자의 기소 시 직무 정지는 한 개인으로 인해 당 전체가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강훈식 후보는 새로운 개정안을 내놨다. 그는 자신의 SNS "당헌 개정은 특정인의 유불리를 떠나 합리적 기준이 무엇인지 토론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며 "1심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당직이 정직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개정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강훈식,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열린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당대표 후보자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08.09 photo@newspim.com |
◆ 친명 "괜히 들쑤셔서 뜨거운 감자 만들었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선 당 안팎에서 이어지는 당헌 80조 논란을 두고 "괜히 지도부에서 건드려 뜨거운 감자가 됐다"는 입장이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재선 의원은 이날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당헌 80조는) 재량규정이다. 원래도 그런 일(부정부패)이 벌어질 경우 사무총장은 윤리위에 징계 여부를 회부할 수 있는 것"이라며 "왜 하필 이런 시기에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분란을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규정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데 비대위에서 괜히 개정 이야기를 꺼내서 지지자들을 자극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지도부가 경솔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당헌 80조 개정 문제는 강성 지지층의 요청이 있기 전부터 이미 지도부 선에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당 관계자는 "당헌 80조 이야기가 지도부 내에서 이전부터 있었던 건 맞다. 사실 해당 당헌에 대한 개정 필요성은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민주당 전당준비위원회의는 오는 17일 회의를 열고 당헌 80조를 개정 논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후 전준위 의결안은 비상대책위원회에 전달돼 당 지도부가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 문제가 연일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 결정이 이 후보의 당권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e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