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중국 외교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와 관련해 한국이 '3불(不)-1한(限)' 정책을 '선서'(宣誓)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이후 '널리 알린다'는 뜻의 '선시'(宣示)로 수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게재한 왕원빈(汪文斌) 대변인의 전날 브리핑 질의응답록에 애초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3불-1한의 정책 선서를 정식으로 했고…"라고 기재했다가 이를 이후 "정책 선시"로 수정했다. 선서(宣誓)와 선시(宣示)는 중국어로는 발음과 성조가 똑같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칭다오시 지모구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있다. 2022.8.9 [사진=외교부] |
외교부 관계자는 "'선서'는 대외적 공식 약속이라는 뉘앙스가 강한 반면, '선시'는 사람들에게 입장을 널리 표명했다는 뜻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영문 발언록에서는 해당 대목을 공식적 발표라는 뜻의 'officially announced'라고 표기했다.
이 관계자는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양측은 사드에 대한 입장차이를 인정하지만 사드문제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며 "양국 외교장관 모두 회담에서 각자의 사드 관련 입장을 명확하게 개진했다"고 말했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이 3불 1한 정책을 공식적으로 선시했다는 중국 주장은 이전 정부가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혔던 것을 지칭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애초 '선서'라고 표기했다가 뒤늦게 뉘앙스가 완화된 '선시'로 바꾼 것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해 기존 '3불'에 '1한'을 새로 언급한 것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2017년 10월 31일 사드관련 한·중 간 협의 결과를 발표한 보도자료에 보면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는 그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서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고 명시돼 있다"며 "이번에 중국 외교부가 거론한 '1한'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사드의 운용과 관련해 이전에 양국이 협의한 내용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당시 발표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에는 "한국측은 중국측의 사드 문제 관련 입장과 우려를 인식하고,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는 그 본래 배치 목적에 따라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으로서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며 "중국측은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 사드 체계를 반대한다고 재천명하였다"고 표기돼 있다.
아울러 "동시에 중국측은 한국측이 표명한 입장에 유의하였으며, 한국측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하였다"며 "양측은 양국 군사당국 간 채널을 통해 중국측이 우려하는 사드 관련 문제에 대해 소통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고 명시했다.
3불과 관련해선 "중국측은 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과 관련하여 중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하였다"며 "한국측은 그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관련 입장을 다시 설명하였다"고 서술했다.
즉 문재인 정부가 당시 중국과 합의한 협의 결과에 이번에 중국 외교부가 언급한 '사드 3불-1한'이 이미 명시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가 애초 목적인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되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양국이 의견일치를 보았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2017년 말 중국 환구시보에도 이미 '3불1한'이란 표현이 등장한다"며 "사드에 대해선 한국과 중국의 입장차이가 기존에도 명확했는데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그 차이를 더 분명히 강조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9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선 '사드 3불'이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라는 입장차이를 포함해 양국 간에 팽팽한 기싸움이 있었으며, 중국 측도 사드 문제가 크게 불거지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과거에는 '사드 3불'에 대해 약속이나 합의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선시'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한중관계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정부도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너무 사드 문제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중국도 오해가 확산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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