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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김구 살린 전화기 덕률풍부터 스마트폰까지...KT 원주 통신사료관

기사등록 : 2022-08-1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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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16일 원주 통신사료관 최초 공개...6000여 점 사료 보관
이동통신 변천사 전시, 이동통신 시대 선도해온 KT
"한성정보총국으로 시작...텔코 넘어 디지코로"

[원주=뉴스핌] 이지민 기자 = #.1897년 7월, 고종은 사형선고를 받은 김구 선생을 위해 사형 집행 당일 인천 감리에게 전화를 걸어 사형 집행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서울과 인천 사이에 전화가 가설된 것은 사형 집행 불과 삼일 전으로, 전화 개통이 며칠만 늦었더라도 김구 선생의 목숨을 구할 수 없었다.

16일 KT 원주연수원 통신사료관에 벽괘형 전화기들이 전시돼있다. [원주=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2.08.16 catchmin@newspim.com

고종이 김구 선생을 구하기 위해 사용한 벽괘형 자석식 전화기가 바로 '덕률풍'이다. 덕률풍은 '텔레폰'이라는 영어 발음을 한자식으로 표기하면서 만들어진 명칭이다. 고종이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신하와 직접 통화를 했는데, 고종의 전화가 걸려오는 시간에 맞춰 의관을 정제하고 네 번의 큰 절을 올린 후 전화기를 받들고 통화를 했다고 전해진다.

KT는 16일 강원도 원주시 KT 원주연수원 내 KT 통신사료관을 기자들을 대상으로 공개하고 한국 통신과 KT의 역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KT 통신사료관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는 원주연수원 내 통신사료관에 역사적 가치가 높은 사료를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 이날 찾은 KT 통신사료관엔 19세기 말부터 사용한 전화기 덕률풍부터 스마트폰까지 6000여 점에 달하는 통신사료가 고스란히 전시돼 있었다.

이 외에도 KT 통신사료관은 벽괘형 공전식 전화기와 최초의 다이얼식 전화기, 인쇄전신기 등 문화재로 등록된 사료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통신사료관에 입장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벽괘형 자석식 전화기였다. 고종이 김구 선생을 살리기 위해 사용한 전화기도 바로 이 자석식 전화기다. 사료관에 전시된 자석식 전화기는 1920년대 일본통신공업주식회사(日本通信工業株式會社)에서 제작된 송·수화기가 분리된 형태의 자석식 전화기로, 국가등록문화재 429호로 지정돼있다.

16일 KT 원주 통신사료관에서 이인학 정보통신연구소장이 벽괘형 자석식 전화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주=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2.08.16 catchmin@newspim.com

이 전화기는 자체적으로 통화 전류를 보내는 건전지와 발전기를 갖춰 전화기의 핸들을 돌리면 발전기가 회전하며 신호가 송출되는 형식으로 사용했다. 전화 사용 초기 단계에 보급된 전화기로 수동 자석식 전화교환기와 연결해 사용한 형식으로, 전지는 남아있지 않으나 부속품이 완전해 사료적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전화번호부도 볼 수 있었다. 1966년부터 통신 서비스 가입자 수가 많아지며 전화번호부를 발행했는데, 당시 유선전화 가입자들이 보다 더 쉽게 번호를 찾을 수 있도록 KT는 1년에 한 부씩 무료로 전화번호를 배포해왔다.

통신사료관에선 이동통신의 변천사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통신사료관 한 쪽엔 아날로그 핸드폰과 PCS 핸드폰부터 최신 아이폰까지 시대별 이동통신 기기가 전시돼 있다.

KT에 따르면 1982년 235명에 불과했던 삐삐 가입자는 10년 만에 6178배인 145만 2000명, 1997년에는 1519만4821명까지 늘었다. '8282(빨리빨리)', '1004(천사)'와 같은 숫자의 의미를 모르면 신세대 축에 끼지 못할 정도였다. 삐삐의 대중화로 공중전화의 보급에도 속도가 붙었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기술이 상용화되며 본격적으로 이동전화 시대가 열렸다. CDMA는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을 채택한 2세대이동통신(2G) 기술이다. 개인휴대통신(PCS) 상용 서비스 시작 이후 이동통신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1999년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유선전화 가입자 수를 앞질렀고, 본격적인 '무선통신'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자리를 옮기자 사료관 한 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전자식교환기(TDX)도 눈에 들어왔다. 특히 TDX-1은 우리나라 통신 역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교환 설비로 꼽힌다. KT는 1984년 전자교환기 TDX-1을 자체 개발하고, 1986년 상용 개통했다. 이는 세계에서 열 번째 개발로, 해당 교환기 개발로 외국에 의존해 오던 교환설비를 국내 독자 기술로 설계, 제작 생산해 구축함으로써 당시 만성적인 전화 적체를 해소하고 전국 전화 보급의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전까진 루슨트 등 외산장비 의존도가 높아 애프터서비스(AS) 등이 어렵다는 단점을 가졌는데, 이를 혁신적으로 해결한 셈이다. TDX는 1998년 HANBit ATM교환기를 끝으로 연구개발이 종료됐다.

16일 KT 원주 통신사료관에 전자식교환기(TDX)가 전시돼있다. [원주=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2.08.16 catchmin@newspim.com

이날 KT 통신사료관의 해설을 맡은 이인학 KT 정보통신연구소장은 "KT가 원주에 보관하고 있는 통신사료들은 우리나라 정보통신 흐름에 따른 시대상과 국민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아주 높다"며 "KT가 대한민국의 통신 역사의 본가인 만큼 앞으로도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역사에서 주역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T는 이날 통신사료관 공개와 함께 풍부한 통신 경험을 바탕으로 텔코를 넘어 디지코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KT는 지난 2020년 차별화된 네트워크·디지털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의 삶뿐 아니라 다른 산업의 혁신까지 선도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 디지코(DIGICO)로의 전환을 미래 청사진으로 제시한 바 있다. KT는 현재 미디어콘텐츠, 금융, 커머스, 헬스케어, 부동산, AI, 로봇, 클라우드를 핵심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DIGICO 전환의 첨병으로 육성하고 있다.

허건 KT 광고홍보팀장이 16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KT 원주연수원 프레스투어 현장에서 발표하고있다. [원주=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2.08.16 catchmin@newspim.com

실제로 KT의 핵심 성장사업들을 중심으로 그룹 포트폴리오 관련 사업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KT는 지난 2021년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콘텐츠 기획 및 제작(스튜디오지니)과 IP확보(스토리위즈), 유통(올레TV, Skylife, skyHCN, 시즌)으로 이어지는 미디어콘텐츠 사업의 밸류체인을 구축했는데, 현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 성공으로 그 결실을 맺고 있다.

KT의 이 같은 노력은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KT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늘어난 12조5899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또 지난 1일을 기준으로 주가 3만8350원을 기록하며 구현모 대표 취임일인 2020년 3월 30일 기준 주가 1만9700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상승, 시가총액 10조를 돌파한 바 있다.

허건 KT 광고홍보팀장은 "1885년 한성정보총국으로 시작해 KT는 이제 137년이 된 회사"라며 "이후 1981년 회사의 형태를 갖추고 유선·무선과 인터넷·해저케이블까지 지구상의 모든 것과 관련된 통신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텔코(통신기업)를 넘어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로 진화하겠다는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catchm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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