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빚 탕감을 받았다는 게 낙인효과가 될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시중은행 한 지점에서 개인대출 등을 담당하는 은행원 신모(38)씨가 한 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빚 탕감' 정책이 취약차주의 은행 대출 문턱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원 신씨처럼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 사이에서 빚 탕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담당자는 빚 탕감 이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고 모습. /이형석 기자 leehs@ |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빚을 최대 90% 감면해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누적된 취약차주 잠재부실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30조원 규모 새출발기금을 마련한다. 새출발기금 세부 운영 방안은 빠르면 이번 주 나올 전망이다.
정부는 취약차주 새출발을 돕겠다며 빚 탕감을 추진하나 되레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은행원 시각이다. 빚 탕감 내역이 대출 및 상환 이력 등으로 고스란히 기록되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대출 상환 능력을 평가할 때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은행원 설명이다.
더욱이 빚 탕감 이력은 어느 은행에서나 볼 수가 있다. 은행은 고객으로부터 개인(신용) 정보 수집·이용·제공 동의서를 받아 신용등급, 금융자산 규모와 소득 수준, 대출 및 상환 이력 등을 전부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은행원 김모(39) 씨는 "대출 상환을 못하면 개인, 지점 손실이기 때문에 승인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며 "빚 탕감 이력은 상환 능력을 볼 때 마이너스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에서 일하는 이모(42) 씨는 "신용불량자에게 대출을 안 해주듯이 빚 탕감 내역이 있으면 대출 승인 꺼려질 수밖에 없다"며 "빚을 탕감받은 사람을 별도로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내부망에 빚 탕감이 조회되면 대출 승인 거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 같은 빚 탕감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원금 감면 혜택엔 일정 기간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지는 등 불이익이 따른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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