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을 앞두고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성장가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전 세계 판매량 '빅3'에 오르는 성과를 냈지만, 법안이 본격 시행되면 당장 판매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
최근 미국 하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서명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여름휴가에서 복귀하는 이번주 중 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법안엔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전기차에 대해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조립·생산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 공제를 해주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의 40%가 자국 또는 자국과 자유무역협장(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돼야 세액 공제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배터리 주요 부품도 절반 이상 미국에서 제조돼야 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현재 40~50% 수준으로 정한 '공정 마지노선'은 향후 2028년 최대 100%까지 높아진다.
세제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 차종은 가격 경쟁력에서 대당 최대 7500달러(한화 약 1000만원) 가량 밀리게 된다. 특히 전기차를 중심으로 올 상반기 호실적을 낸 현대차그룹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법안이 시행되면 아이오닉과 EV6 등 주력 모델이 당장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6월 누적 전 세계에서 329만9000대를 팔아 토요타그룹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판매량 '빅3'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현대차그룹이 판매량 3위 내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를 싹쓸이 한 덕분이다. 르노·닛산·미쓰비시(전년 동기 대비 판매대수 -17.3%)와 스텔란티스(-16.0%), 폭스바겐(-14.0%)이 고전하는 사이, 현대차그룹(-5.1%)은 비교적 선전했다.
특히 미국에서 고속 성장가도를 달렸다. 올해 5월까지 현대 아이오닉5와 EV6는 미국에서 2만1000여 대가 팔렸다. 테슬라 다음으로 많이 팔린 수치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친환경차 판매 성장률은 월 30%를 웃돈다.
이 같은 여세를 몰아 현대차는 전기차 라인업 확대 등 전략으로 올 하반기 미국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장 내달부터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6가 미국에서 판매되고, 10월부턴 싼타페 하이브리드(HEV), GV70 전동화모델 등을 순차적으로 현지 양산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조지아주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기지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를 앞두고 글로벌 시장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법안 시행을 앞두고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긴 하나 현재로선 어떻게 대응할지 가닥잡힌 게 없다"며 "법안이 시행될 때까지 일단 지켜보겠다"고 했다.
업계 전망도 밝진 않다. 글로벌 산업수요는 계속해서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올해 수요가 8000만대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으나 7000만대 중후반으로 목표치를 낮췄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원자재 공급난 등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중국 시장 회복세도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당장 법안이 시행되면 피해가 얼마나 클지 단언하긴 어렵지만, 그 어떤 업체도 혜택을 보긴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 정부와 미 업계 관계자들과의 대화 노력을 이어가는 동시에, 국내 기업들도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재고해보는 등 미 정부 규제에 어떻게 맞춰가야 할지 고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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