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면서 국내 완성차업체의 미국 시장 공략에 제동이 걸렸다.
앞서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했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이 축소된다.
현대차기아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조립·생산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 공제를 해주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의 40%가 자국 또는 자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돼야 세액 공제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중고차는 최대 4000달러(534만원), 신차는 7500달러(1000만원) 세액을 공제 해주지만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이어야 하고 일정 비율 이상의 부품은 미국산이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어야하며 핵심 광물도 미국산이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곳은 전동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이번 법안의 통과로 세제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 차종은 미국에서 최대 7500달러까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된다. 하루 아침에 갑자기 차 가격이 1000만원 가량 비싸지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 EV6를 앞세워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 3위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하반기 제네시스 GV70 전기차 모델을 미국에서 양산하고 오는 2025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미국 현지에서도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당장 세제 혜택을 받을 수는 없게 됐다.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우려를 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포함된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한미 FTA가 규정한 내국민 대우 원칙 뿐 아니라 WTO(세계무역기구) 규범상 최혜국 대응 원칙에도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이를 검토해 미국 측에 여러 채널을 통해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지난 19일 개최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FTA에는 내국민 대우 원칙이 있고 WTO 규범에는 최혜국 대우 원칙이 있다"며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이러한 원칙에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우리 외에도 미국에 전기차 수출을 하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대응 방안을 협의해나갈 예정"이라며 "관계부처 및 업계와 소통하면서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외통위는 상임위 차원의 결의안도 추진한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의 수입산 전기차 및 배터리 세제지원 차별 금지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여기에 여야 의원들은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는 워싱턴 DC 방문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업계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의견서를 미국 하원에 전달한 바 있다.
현대차, 기아, 쌍용차 등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 12일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혜택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을 요청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당장 법안이 시행되면 피해가 얼마나 클지 단언하긴 어렵지만 그 어떤 업체도 혜택을 보긴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 정부와 미 업계 관계자들과의 대화 노력을 이어가는 동시에 국내 기업들도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재고해보는 등 미 정부 규제에 어떻게 맞춰가야 할지 고심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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