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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6개월, 초토화된 건 러시아 아닌 유럽 경제

기사등록 : 2022-08-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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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인플레·이상기후·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겹쳐
전쟁 장기화 경고 속 러시아 경제 아직까지는 선방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4일(현지시각)로 6개월을 맞이한 가운데, 서방국의 고강도 제재로 초토화가 될 것으로 우려됐던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견실한 수준을 유지 중인 반면 유럽 경제는 심각한 침체를 마주하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23일자 분석기사를 통해 1년 전만 하더라도 5%에 가까운 회복이 예상됐던 유럽이 뜻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전쟁 변수를 마주하면서 경기 침체가 임박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두 자릿수에 육박한 역대급 인플레이션에 에너지 공급 부족,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등이 겹치면서 유럽인들은 뼈가 시린 겨울을 보내게 될 전망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 쪽이 죽어야만 끝이 나는 '치킨게임'으로 변질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뚜렷한 승자도 없이 수개월 내지 수년이 지속될 가능성을 경고해 유럽에 더 암울한 침체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프랑스 누벨아키텐 레지옹 지롱드 데파르트망 루샤에서 발생한 산불. 2022.07.17 [사진=로이터 뉴스핌]

◆ 우크라이나 전쟁에 유럽 '곡소리'

지난해만 하더라도 유럽은 올해 리오프닝에 힘입어 눈부신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됐었다. 하지만 올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각 가정과 기업들은 전쟁으로 인해 치솟은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에 신음하고 있으며, 올 여름 500년 만의 최악의 가뭄과 폭염까지 겹쳐 경제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중에서도 독일과 이탈리아는 경제적 충격이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서 가스 도매 가격은 5배가 뛰었고 소매판매는 지난 6월 전년 대비 9%가 급감해 같은 달 유로존 소매판매 연 4% 감소를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수출을 추가로 줄이면 유럽의 침체 고통은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캐롤라인 베인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오늘날 가스 가격 충격은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보다 2배에 가깝다"면서 "지난 2년 동안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10~11배 인상됐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이 오는 2027년까지 러시아 가스 의존을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할 수 있는 계획을 공개했지만 당장 공급 부족으로 유럽은 가스 소비를 15%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천연가스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비료 생산의 대부분이 멈췄고, 유럽의 알루미늄 및 아연 제련 역량은 절반이 줄었다.

그나마 사람들의 지갑이 열리는 관광 산업도 팬데믹 기간 해고됐던 인력이 복귀하지 않으면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다만 통신은 고용이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기업이 고용을 지속할수록 구매력이 유지돼 침체 수준은 비교적 얕을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루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끝 안 보이는 전쟁 속 아직은 멀쩡한 러시아

ABC뉴스는 개전 6개월을 맞이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뚜렷한 승자 없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퇴역 대령 스티브 갠야드는 ABC뉴스 기고에서 "현 시점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모두 지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이제 싸움은 누가 먼저 지고 누가 나중에 지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이 얼마나 오래 갈지 예측하는 일이 불가능하며, 수 개월 또는 수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갠야드는 "현 시점에서 전쟁은 매우 매우 더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어느 쪽도 두드러지게 강력한 공격을 할 능력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개전 초만 하더라도 러시아 경제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으로 우려됐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러시아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실질적 피해가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것이란 데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이 동의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아직까지 큰 데미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 초반 고꾸라졌던 루블화 가치 역시 비교적 빠르게 회복됐고, 실업률도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러시아 경제는 매달 석유 및 가스 수출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러시아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4% 감소해 마이너스 4.7%를 기대한 전문가 예상치보다 양호했다. 6개월 전 전쟁 초반 1달러에 138루블선이던 루블화 환율은 23일 기준 1달러에 60루블로 2배 이상 루블화의 가치가 상승했다.

물론 서방국의 각종 제재가 실패했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자동차나 기타 상품 생산은 수입 부품 부족으로 급감했으며, 항공사는 해외로 나가는 항공편을 제로 가까이로 줄인 상태다. 이미 수 만명의 인재는 물론 맥도날드나 이케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짐을 쌌다.

하지만 IE비즈니스스쿨 러시아 이코노미스트 막심 미로노프는 "서방 제재가 분명 효과를 보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6개월 전 모두가 기대하던 것보다는 훨씬 더딘 속도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러시아 경제에 확실한 타격을 가하려면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주 생명선인 석유 및 가스 수입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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