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을 '철면피·파렴치·양두구육'이라고 비판한 혐의로 기소된 송일준 전 광주 MBC 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5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송일준 전 사장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일부 유죄를 인정하고 선고유예 처분을 내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서울=뉴스핌]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leehs@newspim.com |
송 전 사장은 한국PD연합회장을 지내던 2017년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간첩조작질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이라고 칭하는 글을 게시해 고 전 이사장으로부터 고소당했다.
검찰이 송 전 사장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내리자 송 전 사장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송 전 사장에게 벌금 50만원에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간첩조작질 등 표현은 모두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고, 위법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심 또한 송 전 사장에게 1심과 같은 선고를 내렸지만, 간첩조작질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봤다.
대법원은 모욕적 표현을 인정한 원심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위법성 조각 여지가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사용한 이 사건 표현이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이 사건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2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게시한 글은 피해자가 공영방송 MBC의 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자격이 없어 부당하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파렴치, 철면피, 양두구육 언론이나 정치 영역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할 때 흔히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봤다.
2003년에도 대법원은 "어떤 글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실을 전제로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다소 모욕적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형법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언론·정치 영역에서 사용되는 이 사건 표현이 모욕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는 문제점은 지적하는 한편, 공적 사안에 관한 의견을 강조하고자 사용된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비정치적 영역에 비하여 정치적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는 보다 더 강조된다는 점을 밝힌 데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