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개인채무자가 면책결정을 확정받았음에도 해당 사실을 주장하지 않아 면책된 채무를 이행하라는 판결이 확정됐더라도,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면책이 청구이의 사유인 경우 변론종결 전·후 모든 면책된 경우에 대해 청구이의의 소를 인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채무자 오모 씨가 제기한 청구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오씨는 채권자 김모 씨의 부친이 2006년 제기한 대여금 청구소송에서 패소해 500만원과 1996~2006년 연 25%, 그 이후 돈을 갚을 때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채권을 양수했다고 주장하며, 2014년 3월께 오씨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오씨에게 송달이 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공시송달로 양수금 사건을 진행하고 오씨의 변론이 없는 상태로 같은 해 12월께 김씨 승소로 판결했고, 다음 해인 2015년 1월께 확정됐다.
오씨는 2011년 3월께 파산결정을 받았고, 같은 해 12월 파산에 따른 면책결정을 확정받은 상태였다. 이후 김씨가 양수금 확정판결을 기초로 오씨에 대한 강제집행을 하려고 하자, 오씨는 양수금 소송에 참여하지 못해 판결이 난 것이라며 2016년 6월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미 확정된 판결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막기 위한 채무자의 청구이의 소송은 그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시 이후에 발생한 사유로만 제기할 수 있다"며 "그런데 오씨가 주장하는 면책사유는 양수금 확정판결 변론종결 이전이므로 청구이의 소송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오씨의 청구이의 소송을 받아들이는 것은 기판력(확정된 재판의 판단 내용이 소송 당사자 및 같은 사항을 다루는 다른 법원을 구속해, 그 판단 내용에 어긋나는 주장이나 판단을 할 수 없게 하는 소송법적인 효력)에 저촉된다고도 지적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개인채무자가 확정판결에 관한 소송에서 단지 면책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청구이의의 소를 통해 면책된 채무에 관한 확정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이미 면책결정을 통해 강제집행 위험에서 벗어난 개인채무자로 하여금 그 집행을 다시 수인하도록 하는 것은 면책제도의 취지에 반하고 확정된 면책결정의 효력을 잠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재판부는 "확정판결에 관한 소송에서 개인채무자의 면책 주장 여부에 따라 개인채무자가 일부 파산채권자에 대해서만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 외에 추가로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면, 집단적·포괄적으로 채무를 처리하면서 개인채무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개인파산 및 면책제도의 취지에 반하게 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면책은 확정판결의 소송물인 실체법상 채권의 소멸사유가 아니라 소구 및 집행과 관련한 책임 소멸사유일 뿐이므로 기판력과 무관해, 면책결정으로 인한 책임 소멸에 관해서는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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