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전세보다 반전세 또는 월세"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갭투자 수요가 여전히 성행하면서 '깡통전세' 우려가 나오면서 월세가 인기를 얻고 있다.
전세가격이 급등한 상황에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선 '마이너스 갭투자'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집을 구매한 후 매매가격보다 더 높은 전세보증금으로 세입자를 구하는 거래로 대출 없이 집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또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받아 현금 보유를 늘릴 수 있다. 일부 지방 지역을 포함해 수도권까지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올 연말까지 금리 인상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거품이 제거되는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지역은 입주를 하더라도 보증금을 낮춰 반전세식으로 입주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시내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어있는 세금 상담 관련 안내문. 2022.08.25 pangbin@newspim.com |
◆깡통전세 우려에 월세 수요 증가…월세가도 상승세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 이자 부담과 '깡통전세' 우려 등이 겹치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은 51.6%다. 이는 전년 동기(42.0%) 보다 9.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월세 비중이 전세를 넘어선 주요 요인은 전세자금대출금리 인상과 더불어 깡통전세에 대한 불안감, 임대차3법의 부작용 등으로 풀이된다. 월세 비중이 늘면서 월세가격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전국 아파트의 평균월세가격은 82만4000원이다. 이는 지난해 7월 전국 아파트 평균월세가격 78만9000원 보다 4.4%(3만5000원) 증가한 수치다.
특히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월세 수요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깡통전세란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일부 지방을 비롯해 수도권 외곽지역에서 여전히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는데 따른 여파로 보여진다. 특히 문재인 정부기간인 2019년 이후 두 배 이상 집값이 오른 수도권이나 광역시 보다 집값 오름세가 약했던 지방 중소도시에서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전국에서 갭투자 거래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상남도 김해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1299건의 갭투자가 이뤄졌다. 김해 전체 거래량(9234건)의 14.3%에 달한다. 같은 기간 경기도 평택과 강원도 원주, 경상북도 구미도 1000건 이상의 갭투자가 이뤄졌다. 평택의 경우 전체 거래량의 18.1%에 해당하는 1183건의 갭투자 거래가 있었으며, 원주는 1099건, 구미는 1030건이다.
문제는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이 높은 '마이너스 갭투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집을 구매후 매매가격 보다 더 높은 전세보증금으로 세입자를 구하는 거래다. 세입자를 받아 오히려 역으로 돈을 추가로 받는 것이다.
김해 동상동 '광남아파트' 전용 63㎡는 지난달 7700만원에 매매된 직후 전세보증금 1억2000만원에 임차 계약을 맺었다.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4300만원 더 높은셈이다. 평택 포승읍의 '평택메트로하임' 전용 23㎡은 지난 6월 4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고 이후 한달 뒤인 7월 전세보증금 7000만원에 임차인을 구했다.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3000만원 더 높다.
갭투자 거래량이 많은 지역은 전세가율(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역시 높게 나타났다. 지난달 전세가율은 구미가 81.4%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김해(80%), 원주(76.3%) 평택(70.6%) 순이다. 같은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8.9%다. 통상 전세가율이 80% 이상이면 깡통전세 위험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보증금 낮추고 반전세 입주가 바람직…애초에 입주 말아야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금리 인상이 계속 이어지면서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갭투자가 성행했던 수도권 외곽지역이나 지방에서 입주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깡통전세가 우려되는 지역은 전세가 대비해서 매매가가 낮은 지역"이라며 "특히 갭투자가 많았었던 지역에서 거품이 제거되면서 깡통전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도 2~3년전만 해도 갭투자가 많았지만 집값 급등으로 깡통전세 우려가 상대적으로 덜한편이다"라며 "다만 서울 지역에서도 나홀로 아파트나 도시형같은 주택유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입주를 하지 않거나, 입주를 하더라도 보증금을 낮춰서 반전세로 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여 연구원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긴 한데 반드시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하는게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전세보증보험을 들어도 100% 보증금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는 만큼 아예 그런 지역은 입주를 하지 않는게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축빌라 등 시세파악이 어려운 주택 역시 전세사기가 많아 피하는게 좋다"고 덧붙였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