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의 통과로 국내 완성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은 전기차의 경우 하루 아침에 보조금 1000만원 가량을 받지 못해 판매의 어려움이 예상되서다. 이에 글로벌 전기차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물론 국내 전기차 생산을 기대하던 한국지엠도 비상이다. 국내에서는 IRA에 맞서 수입산 전기차에도 보조금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는 보복론마저 이슈가 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되면서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지사인 한국지엠도 비상에 걸렸다. 이에 한국지엠의 철수설까지 다시 제기되고 있다.
[美인플레법 파장] 글싣는 순서
1. 한국지엠, 기다렸던 전기차 생산 '사실상 불가능'
2. 미국 간 현대차도 답답하다…전기차 '첩첩산중'
3. "테슬라는 왜 韓보조금 쓸어가냐" 보복론도 '부글'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로 앞으로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한화로 약 1000만원 가량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이에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돼 미국에 수출되는 전기차는 하루 아침에 1000만원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당연히 판매에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사진= 한국지엠] |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최근 노사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는 그간 협상에서 GM 본사의 전기차 물량을 국내에 배정해야 된다고 주장해왔다. 오는 11월 트랙스와 말리부를 생산하는 부평 2공장이 가동을 멈추는데, 이를 전기차 생산 라인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지엠은 현재 볼트EV와 볼트EUV 두 가지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 전기차는 전량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이에 선적으로 인한 출고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국내 출고 물량은 본사와 협의에 따라 결정된다.
여기에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10개 모델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6월 개최된 GM 브랜드 데이에서 "한국지엠은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10개 모델을 국내 시장에 출시해 고객들에게 전기차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GM과 한국지엠의 전동화 전략을 두고 한국지엠 내부에서는 향후 전기차의 국내 생산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가져왔다. 특히 내년에 출시될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를 바탕으로 한국지엠의 경쟁력을 인정 받을 경우 차후 전기차 생산 시설 배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보여왔다.
이에 노조 역시 지속적으로 국내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사측에 요청했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통과로 국내에 전기차 생산 라인이 들어설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사진= 한국지엠] |
이달 말 예정돼 있던 실판 아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의 방한 일정도 취소됐다. 이는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의 철수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국지엠이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방법은 자체 전기차를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것이었는데 이마저도 막히면서 한국지엠이 존재의 이유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은 이미 7~8개 국가에서 철수한 이력이 있고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한국지엠의 철수 논란도 촉발했다"며 "국내에서 개발한 볼트를 미국에 가져가 역수입하고 있는 상황부터 말도 안 됐는데 어떻게 보면 이용만 당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지엠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전기차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결국 미국에서만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되면 한국지엠은 더 쪼그라들고 존재감이 없어진다면 결국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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