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의 통과로 국내 완성차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은 전기차의 경우 하루 아침에 보조금 1000만원 가량을 받지 못해 판매의 어려움이 예상되서다. 이에 글로벌 전기차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물론 국내 전기차 생산을 기대하던 한국지엠도 비상이다. 국내에서는 IRA에 맞서 수입산 전기차에도 보조금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는 보복론마저 이슈가 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현대자동차그룹이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차는 급하게 미국으로 건너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美인플레법 파장] 글싣는 순서
1. 한국지엠, 기다렸던 전기차 생산 '사실상 불가능'
2. 미국 간 현대차도 답답하다…전기차 '첩첩산중'
3. "테슬라는 왜 韓보조금 쓸어가냐" 보복론도 '부글'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국내외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을 미국으로 급파됐다.
위 현대차 아이오닉5, 아래 기아 EV6 [사진= 현대차그룹] |
미국 출장은 최근 통과된 IRA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IRA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연말부터 앨라바마 공장에서 제네시스 GV70 EV 모델을 생산하고 오는 2025년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은 이 같은 내용의 대미 투자 계획을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때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미국 투자 계획은 105억 달러(약 13조원) 규모로 전기차 전용 공장이 설립되면 연간 30만대의 전기차가 미국에서 생산되다.
하지만 IRA의 통과로 이러한 현대차의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IRA가 즉각 발효되면서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에 수출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아이오닉5, EV6 등은 하루 아침에 보조금 1000만원 가량(1대당)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공장 공사를 올해 10월 시작해 완공 시기를 당초 예정한 2025년에서 6개월 앞당기고 앨라바마 공장에서의 GV70 전기차 생산 시기도 앞당기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해외 생산 변동을 위해서는 노조와 협의가 필요해 최종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의 단체협약에는 해외 공장으로 차종 이관 및 국내 생산 차량과 동일 차종을 생산 시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는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을 미국에서 생산할 경우 국내 감산이 불가피하며 이는 국내 고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 아이오닉5, EV6의 국내 생산 물량은 각각 4만5000대와 4만1000대다.
[사진= 현대차그룹] |
여기에 현대차는 내달 국내에서 판매되는 아이오닉6를 내년 글로벌 시장에서 5만대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IRA의 시작으로 아이오닉6 역시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전기차 국내 생산위축은 물론 미래차 경쟁력과 일자리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민관의 적극적인 공동대응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IRA 관련해서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앨라바마 공장도 하루 빨리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바꿔야 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노사 합의사항"이라며 "내연기관 생산라인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바꾸면 최소한 몇 개월은 소요된다. 그동안에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ori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