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증거인 유해성 자료를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철 전 SK케미칼 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법정구속은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30일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부사장에게 징역 2년, 가습기 살균제 대응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임직원들에게 각 징역 10월~1년6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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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부장판사는 서울대 실험보고서 일부 사본에 대해 "SK케미칼이 제조·판매에 관여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 자체의 흡입독성에 관한 자료"라며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박 전 부사장 등이 주도해 서울대 실험보고서 일부 사본을 비공개하기로 상부의 승낙을 받고 해당 자료를 인멸, 은닉했다고 판단했다.
주 부장판사는 박 전 부사장에 대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의무가 있음에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고 각종 증거자료를 은닉하거나 없애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양벌규정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 법인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환경부 요청 및 조사에 대해 거짓된 자료나 물건, 의견 등을 제출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주 부장판사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위반은 거짓된 자료나 의견 제출 자체가 증거자료가 돼 환경부 장관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는 경우로 제한 해석해야 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박 전 부사장 등은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이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할 당시인 지난 1994년 10~12월 서울대에 의뢰해 진행한 유해성 실험 결과를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2018년 1월 경 환경부 현장조사에서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제출 요구에 불응하고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거짓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보고 2019년 4월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했다.
한편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제조·판매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임직원들은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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