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12년간 투병 중이던 배구선수 출신 안은주(54) 씨가 생을 마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3일 오전 0시 40분 세브란스 병원에서 안씨가 PHMG 살균제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안씨가 숨지면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사망신고자는 1774명으로 늘었다.
배구선수 출신인 안씨는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사용한 뒤 2011년 폐렴과 원인 미상의 폐질환을 진단 받았다. 이후 2015년과 2019년 두 차례의 폐 이식을 받았지만, 신장 기능 이상으로 목소리를 잃었고 신장투석과 기관지확장시술 등을 받아야 했다.
안씨는 지난해 8월 24일 가습기살균제 참사 10주년을 앞두고 병상에서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와 옥시에 가습기살균제 문제의 해결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에는 장문의 편지를 써 문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배구 선수 출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고 안은주(54) 씨. 2022.05.03 filter@newspim.com [사진제공= 환경보건시민센터] |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안씨는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임을 알고 피해 신고를 했지만 처음에는 폐손상 3단계 판정으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이 제정된 후 긴급구제지원대상으로 인정됐지만 사망까지 옥시 측으로부터 아무런 배상과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올해 3월 말 피해자단체와 가해 기업간 협의조정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조정안 나와 최소한의 피해 지원을 기대했지만 옥시와 애경이 거부하면서 물거품이 된 상황"이라며 "가습기살균제 중증 피해자의 한 명인 안씨가 사망해 너무나 안타깝다"고 전했다.
안씨의 유가족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은 이날 낮 1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안씨의 추모식을 진행하고 옥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씨의 빈소는 경남 함안군 영동병원 장례식장 VIP1호실에 마련되며 발인은 오는 5일이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는 지난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7000명에게 최대 9240억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옥시와 애경 측은 조정안의 일부 문구를 문제 삼으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고, 사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들 기업은 조정위 활동을 연장하는 방안에도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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