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 '전기차 왕'으로 불리는 비야디(比亞迪·002594.SZ, 01211.HK)가 상반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공급망 차질이 빚어졌음에도 전년 대비 큰 폭의 순익 신장을 실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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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가 30일 발표한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1506억 700만 위안(약 29조 371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5.71% 증가한 것이다.
매출 증가에 순익도 늘었다. 상반기 모기업 귀속 순이익은 35억 9500만 위안, 비경상손익을 제외한 순익은 30억 29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6.35%, 721.72% 급증했다. 특히 모기업 귀속 순이익 기준, 올해 상반기 거둬들인 순익만 지난해 전체의 30억 4500만 위안을 넘어서면서 올해 전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사업별로는 자동차 및 배터리 부문의 매출 증가폭이 가장 컸고 전체 매출 기여도도 높았다. 2차전지 및 태양광 사업을 자동차 및 배터리 사업에 편입시킨 결과다.
자동차 및 배터리 부문의 올해 매출액은 1092억 6700만 위안으로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72.55%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2% 대비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반면 지난해 매출 대비 48% 비중을 차지했던 휴대폰 부품 및 조립 등 사업 부문 매출은 410억 7000만 위안으로 전체 대비 비중이 27.27%로 축소됐다.
내연차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한 것도 '신의 한수'였다. 비야디는 지난 4월 초 올해부터 내연차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한다면서 신에너지차 개발에 전력을 쏟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통 완성차 업체 중 내연차 사업을 포기한 것을 비야디가 최초였다.
비야디는 올해 상반기에만 6개 신 차종을 선보였다. 1월을 제외하고 매월 신 모델을 출시했을 뿐만 아니라 6월 출시한 순전기승용차 하이바오(海豹·바다표범)의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은 6만 대를 돌파했다.
비야디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 판매량은 64만 대. 코로나19 확산 및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순전기 자동차가 32만 4000대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0% 증가한 31만 5000대로 집계됐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중국 자동차 생산 허브로 꼽히는 상하이(上海)와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 등이 봉쇄되고 그 여파로 이곳에 생산공장을 둔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과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반면 비야디는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에 본사를 중심으로 산시(山西)성 시안(西安),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 산둥(山東)성 지난(濟南) 등 중국 곳곳에 생산능력을 분산해둔 덕분에 공급망 충격을 비껴갈 수 있었다.
다만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적이 발표된 30일(현지 시간) 비야디 홍콩 주가는 0.48% 하락했다.
오늘 31일에도 비야디 주가는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오전 10시(현지 시간) 현재 A주 주가는 6.9% 이상 하락 중이고 홍콩 주식 주가는 12% 이상 고꾸라졌다.
'역대급' 호실적을 무력하게 만든 것은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의 주식 매각 소식이다. 중국 금융 전문 매체 궈지진룽바오(國際金融報) 30일 보도에 따르면 버핏이 이끄는 미국 투자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달 24일 비야디 H주 133만 주를 매각했다. 주당 가격은 277.1HKD(한화 약 4만 7600원), 전체 3억 6900만 HKD 규모다.
버핏이 비야디 주식 처분에 나선 것은 14년 만의 처음이다. 그는 14년 전 주당 8HKD에 비야디 주식의 10%를 차지하는 2억 2500만 주를 인수했다. 지난 30일 종가인 주당 263HKD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버핏은 이번 주식 처분으로 600억HKD를 현금화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수익률은 약 31배에 달한다.
이번 주식 매각으로 버핏의 비야디 지분율은 종전의 20.49%에서 19.92%로 축소됐다.
앞서 지난 7월 12일에도 비야디 A주 주가와 H주 주가가 동시 급락했었다. 홍콩결제기구(CCASS) 자료에 따르면 전날인 11일 비야디 H주 2억 2500만 여 주가 씨티은행에 양도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양도된 주식 규모가 버크셔 해서웨이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 규모와 같았기 때문이다.
당시 비야디 측은 " 현재 데이터 상으로 버핏 지분에 변동이 없다. 버핏 지분율이 매우 큰 만큼 변동이 생기면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는 말로 버핏의 주식 매각설을 일축했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버핏이 비야디 지분을 처분한 것과 관련해 고점을 찍었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장시(江西) 신에너지과학기술직업학원 장샹(張翔) 신에너지자동차 기술연구원 원장은 "비야디 주가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오르면서 최근 최고치를 찍었다"며 "근래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버크셔 해서웨이가 주식 처분을 위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