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명은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대기업그룹의 탈법적인 경영권 승계의 근절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총수(공정거래법상 동일인) 특수관계인 친족 범위 축소 등 규제 완화 정책이 세습 경영을 용인하려는 목적이라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는 제도 합리화 차원이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경영권 승계의 합법성·공정성 원칙을 강조한 셈이다.
◆ 대기업그룹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승계 경계
1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답변서에서 총수 친족범위 축소와 관련해 "그간 변화된 국민의식 등을 반영해 (제도를) 합리화하려는 것으로 총수 2·3세로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용인하고자 하는 목적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집단의 경영권 승계가 합법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지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총수 2·3세 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등 탈법·편법행위를 동원한 대기업집단의 경영권 승계는 근절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2.08.19 hwang@newspim.com |
한 후보자는 공정위의 규제완화 기조로 인해 경제력 집중이 더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공정위가 추진 중인 대기업집단 제도 관련 시행령 개정은 단순히 기업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차원만은 아니며, 그간의 국민인식과 경제여건 등 정책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제도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달 11일 대기업그룹 총수의 친족 범위를 '혈족 6촌·인척 4촌 이내'에서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로 축소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 "기업집단국 기능 여전히 중요"…애매한 답변
행정안전부와 공정위는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한 공정위 기업집단국 내 지주회사과를 폐지하고 조직 일부를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이에 대해 "총수일가의 부당내부거래를 차단하고,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를 투명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되 기업활동을 제약할 수 있는 불명확하고 과도한 규제는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집단국의 이러한 기능은 새 정부에서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의 대기업그룹 총수 지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이 등장하고 외국국적을 가진 동일인 2·3세가 증가함에 따라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상마찰 우려를 감안해 정부 내 공감대를 형성한 후 추진방안과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외국인 총수 지정 이슈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쿠팡의 김범석 의장을 지목한 물음에는 "특정 기업집단의 동일인 지정에 관해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국내 경제력 집중 및 사익편취 우려가 존재하는 기업집단의 경우 대기업집단 제도의 형평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은 필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스핌 DB] 2021.11.12 jsh@newspim.com |
최근 플랫폼을 비롯해 IT(정보통신) 기반의 대기업그룹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업종 수, 계열사 수, 지식재산권 보유 정도 등을 지표로 활용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대기업집단 시책이 경제력집중 억제를 위한 것이므로 '자산총액'이 아직까지는 가장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답했다.
한 후보자는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모두를 그룹 총수에게 요구하는 현 제도에 대해 "지정자료의 진정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동일인의 지정자료 제출 부담을 합리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 개선과 관련해 "대형마트 영업제한 시간 온라인 배송제한의 경우에는 온·오프라인 소비행태와 시장경쟁구조의 변화, 규제의 실효성 등을 고려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소상공인 피해 등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므로 상생 협력의 기반 위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는 현재 국무조정실에서 운영하는 규제심판부에서 안건으로 다뤄지고 있다. 공정위도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관련 부처로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공정위는 대형마트가 야간에 온라인 배송을 못하도록 한 것이 플랫폼 기업과의 역차별 지적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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