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전 세계가 고물가에 비명을 지르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물가 안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경제 전반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까지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 내외'라는 올해 물가 상승률 목표치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지만 폭염과 폭우 등이 예상치 못했던 리스크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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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개위 "향후 수 개월 간 물가 높을 것"...폭염·위안화 리스크 ↑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양인카이(楊蔭凱) 부비서장은 지난달 26일 있었던 국무원 정책 브리핑에서 "올해 1~7월 물가상승률(CPI) 1.8%로 '3% 내외'라는 연간 물가 상승률 목표는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외부 유입형 인플레이션 압력과 돼지고기 가격의 계절적 상승, 기저효과 등을 감안할 때 내년 1분기까지 향후 수개월 간 물가 수준이 다소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개위 관계자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정부가 물가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상반기부터 물가 안정을 강조해 오긴 했지만 그간에는 물가 상승세 통제에 있어 자신감을 피력해 왔다.
중국 정부의 압박감을 키운 것은 월간 CPI 상승률이 꾸준히 상승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CPI 상승률은 1·2월의 0.9%에서 지난달 2.7%로 매월 꾸준히 높아졌다.
특히 7월 CPI 상승률은 2020년 7월 이후 최고치였다. 식품류 가격이 4.7%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8월 상승폭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역대급 폭염이 끝나자마자 폭우가 시작되면서 404만 5000㏊ 규모의 경작지가 피해를 입었고, 이것이 농작물 수확 등에 영향을 미쳐 쌀 등 가격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 환율도 물가 위협 요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산하 외환거래센터는 8월 23거래일 중 15거래일에 걸쳐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을 올려(가치 하락) 고시했다. 이에 따라 달러당 위안화 기준환율은 8월 1일의 6.7467에서 마지막 거래일인 31일 6.8906까지 한달새 2% 이상 상승했다.
중국 경기 회복세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고강도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이 달러 외 통화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소비와 투자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하를 유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그 만큼 수입 물가가 오를 수 있으므로 물가 안정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 민생 안정 필수 요건...물가 안정 '총력'
중국 경제 수장인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는 지난달 19일 세계경제포럼 현장에서 "고용이 상대적으로 충분하고 가계 소득이 증가하고 물가가 안정적이라면 성장률이 다소 높거나 낮아도 용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당장의 경기 회복보다는 가계 소득 증대 및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물가는 민생 안정에 직결되는 요소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가 확정될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내달 16일 개막할 예정인 가운데 물가 통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고강도의 방역 조치가 인민의 불안과 불만을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 증대 기대감은 취약한 반면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 어려움만 가중되면 중국공산당의 지도력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재정부는 지난달 30일 '2022년 상반기 중국 재정정책 집행상황 보고서(보고서)'를 발표했다. 재정부는 '보고서'에서 하반기 상황을 전망하며 "경제 안정 조치를 착실히 시행할 것이다. 수요 확대에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경기 회복의 양호한 흐름을 공고히할 것"이라며 "일자리 안정 및 물가 안정에 주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은 그간 주로 ▲통화정책을 통한 시중 유동성 조절 ▲가격담합 방지 등 시장 관리감독 강화 ▲주요 농산품·생필품 및 주요 원자재 생산·공급 보장 ▲주요 농산품 등의 비축제도 완비 네 가지 조치를 통해 물가 상승을 통제해 왔다.
[사진=중국 국가통계국]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월간 상승 추이 |
최근 중국재정부가 100억 위안(한화 약 1조 9000억 원)의 농업 보조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한 것은 식량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지만 6월 이후의 폭염 및 가뭄 등으로 인해 올해 목표한 6억 5000만 t의 식량 생산이 어려워질 것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식량 생산 달성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매가 인상을 통해 증산을 독려함으로써 주요 식량 가격 급등을 억제할 수 있다.
돼지고기 비축분 방출 소식도 전해졌다. 발개위는 이달부터 돼지고기 비축분을 방출함으로써 시장 질서를 수호할 것이라고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지난달 29일 밝혔다. 식품가격과 물가 전반에 큰 영향을 주는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 한달새 20% 이상 급등하고 향후 상당 기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들어 처음으로 비축량 방출에 나선 것이다.
앞서 6월 말 열린 '중국의 최근 10년' 관련 기자회견에서 양인카이 부비서장은 "곡물·식용유·육류·달걀·과일·채소 등 중요 민생 상품의 공급을 보장하고 가격을 안정시킬 것"이라며 "특히 생돈 생산량 조절을 강화함으로써 돼지고기 가격의 급등락을 방지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한편 물가 상승 부담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운신 폭을 제한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7월 소비자물가가 2년래 높은 수준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경제를 되살리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에 복잡성을 더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 LPR 추가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물가 안정 등을 위해 필요한 곳에만 유동성을 공급하는 선별적 금융지원을 강조했던 인민은행이 돌연 지난달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와 LPR을 전격 인하하자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나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한 추가 유동성 공급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달 22일 일반 소비 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1년물 LPR과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물 LPR을 종전 대비 각각. 0.05%p, 0.15%p 인하했다. 1년 만기 LPR 인하는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 5년 만기 LPR 인하는 세 달 만이다.
중신(中信)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밍밍(明明)은 "이번 국무원 상무회의에서는 금리 개혁 및 전도 효과를 발휘해 융자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점이 재차 언급됐다"며 "8월의 LPR 인하가 이번 부양 주기의 '종점'이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용대출 지표가 부진한 것은 융자 수요가 취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8월의 LPR 인하 폭으로는 지금의 신용대출 수요 위축 흐름을 전환할 수 없다"며 "부동산 경기를 고려할 때 1년물보다 5년물 LPR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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