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잭슨홀 심포지엄 이후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서사가 강경한 매파(긴축 선호) 쪽으로 완벽히 돌아서면서 미국 증시가 연중 저점을 다시 시험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저점 이후 8월 중순까지 이어졌던 서머랠리가 약세장서 잠깐 나타나는 베어마켓 랠리였던 것이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기술 분석가들은 계절적 요인 등을 감안해 증시가 최소 10월 말까지 가파른 내리막을 탈 것으로 경고했다.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기대를 모았던 8월 고용 지표는 75bp(1bp=0.01%p) 인상이라는 자이언트 스텝 전망에 큰 변화를 주지 못했으며, 남은 핵심 변수인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시장에 긍정적 서프라이즈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S&P500 지수 한 달 추이 [사진=구글] 2022.09.05 kwonjiun@newspim.com |
◆ "바닥 안 보인다"…6월 저점 시험 예고
월가 전문가들은 지난 6월 이후 거침없는 랠리를 주도했던 투자자들의 낙관이 지나쳤으며, 잭슨홀을 기점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어 시장이 조만간 6월 저점을 시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수석 전략가 스티브 소스닉은 지난 서머랠리를 가리키며 "우리가 너무 빠르게 너무 멀리(높이) 움직였고, (잭슨홀 이후) 심리가 급격히 반전됐다는 것은 특히 가을을 앞두고 변동성이 한참 이어질 것임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9월부터 10월까지는 특히 변동성이 심화된다"고 덧붙였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의 에드 클리솔드 미국 주식 최고 전략가는 지난달 31일자 투자자 노트에서 "침체 공포가 6월 저점을 재시험하는 가장 큰 트리거"라면서 "계절적 측면을 감안하면 몇 주 안에 증시가 저점을 재시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리솔드는 대개 9월 5일 미국 노동절을 지내고 투자자들이 돌아오는 9월 6일부터 10월 25일까지 증시가 연중 가장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증시가 지난주까지 3주 연속 주간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S&P500지수는 6월 16일 기록한 52주 저점인 3666.77 대비 7% 정도 높은 수준이다.
크로스마크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 밥 돌 역시 미 증시가 6월 저점을 다시 시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 수준에서 지수가 급락하진 않겠지만 "약세장이 끝났다고 보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네드데이비스의 클리솔드는 올해 연준이 금융 시스템에서 유동성을 제거하기로 작정한 만큼 시장은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시가 저점을 잠시 시험하고 말지 아니면 깊숙한 하락을 경험할지는 미국 경기 침체 발생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뱅가드그룹은 이달 1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0.25~0.75%로 지난달말 제시했던 1.5%보다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가 몇 개 분기 동안은 추세선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이며, 12개월 안에 침체 발생 가능성을 25% 정도로 봤다. 또 24개월 안에 침체가 발생할 확률은 65%로 예상했다.
클리솔드에 따르면 침체가 없을 때 약세장은 평균 7개월 정도 지속되고 낙폭은 25% 정도로 지난 1월부터 6월까지의 낙폭에 맞먹는다. 하지만 침체가 발생했을 때 약세장은 평균 1년 정도 지속됐고 낙폭은 평균 35%였다. 침체 시 증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 전략가들 역시 이달 2일 발표한 노트에서 S&P500지수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바닥은 아직 안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국시간 기준 5일 오전 기준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금리 인상 가능성 [사진=CME그룹 데이터] 2022.09.05 kwonjiun@newspim.com |
◆ 물가에 '시선집중'…75bp가 여전히 대세
한편 투자자들은 9월 20~21일에 열릴 FOMC를 앞두고 오는 13일 발표될 소비자물가 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다만 현재 시장이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는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75bp 인상) 가능성에는 큰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물가 지표에 앞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국의 8월 고용지표는 시장에는 큰 임팩트를 남기진 못했다.
미국 노동부가 밝힌 8월 비농업부문 일자리 수는 31만5000개 증가해 월가 전문가 예상치였던 31만8000개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었다. 실업률은 3.7%로 직전월보다 0.2%p 올랐다.
RSM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셀은 "이번 고용지표는 연준의 현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면서 "연준이 9월 여전히 75bp를 인상하고 연말까지 연방기금 금리를 4% 가까이 끌어올릴 것 같다"고 말했다.
크로스마크 CIO 돌은 지난 6월 9.1%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4~5% 수준까지 떨어지더라도 연준이 인플레이션 파이팅이 끝났다고 선언하기에는 불충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역시 당장은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속도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모습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따르면 한국시간 기준 9월 5일 오전 현재 9월 75bp 인상 가능성은 56%, 50bp 인상 가능성은 44%로 나타났다.
한편 투자자들은 이번 주 발표될 미국 서비스 지표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소비자 신용 및 연준 베이지북 등 다양한 경기 지표들을 두루 살피며 연준의 금리 향방 힌트를 계속 수집해나갈 예정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