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공무원 유족연금을 받던 배우자가 재혼을 할 경우 유족연금 수급권을 상실하도록 한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첫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서울고법이 재혼을 유족연금 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공무원연금법 조항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 2022.07.12 mironj19@newspim.com |
공무원연금공단은 2017년 12월 A씨에게 사실혼 관계 배우자가 있어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 수급권을 상실했다며 유족연금 지급종결과 2014년 10월 이후 수령한 유족연금 환수를 고지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패소했다. 이후 항소심 계속 중 공단 처분의 근거가 된 구 공무원연금법 제59조 제1항 제2호가 재혼한 배우자의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은 A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2019년 12월 헌재에 공무원연금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연금은 본래 생계를 책임진 자의 사망으로 생활의 곤란을 겪는 가족의 생계보호를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보험료 납부에 상응해 결정되는 급여가 아니라 사망 당시의 혼인관계 및 생계의존성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파생적 급여"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이 배우자의 혼인기간 동안의 연금형성에 대한 기여를 비례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현저히 자의적이거나 비합리적인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이 재혼을 유족연금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했다 하더라도 이는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부양의 필요성과 중요성 등을 고려해 유족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이석태·이은애·이종석·김기영 재판관은 "배우자의 재산적 기여를 정당하게 고려하지 않고 공무원의 유족이라는 지위를 상실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족연금 수급권 전부를 영구히 박탈하는 것은 합리적인 입법이라 보기 어렵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실제 배우자가 재혼으로 부양을 받을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생활보장의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재혼한 배우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재혼을 유족연금 수급권 상실사유로 규정한 공무원연금법 조항에 대해 헌재가 처음으로 내놓은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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