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지방보조금 부정수급 행위를 처벌하는 벌칙규정이 시행되기 전 부정한 방법으로 지방보조금을 수령했더라도 지방재정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이씨는 진폐환자를 위한 A협회가 설립됐을 때부터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2014년 초순께 B청 담당 공무원에게 전담 상담사가 있는 상담소 운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진폐재해자협회 상담소 운영 및 복지증진 사업'을 신청했다.
이씨는 2015년 2월 상담소 근무경력이 3년 이상인 전담 인원을 두겠다는 취지의 사업계획서 등 서류를 B청에 제출했다. 그는 2014~2018년 6월까지 상담사 인건비 명목으로 총 7540만원의 보조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회장 지위에 있음을 이용해 5년에 걸쳐 지방보조금을 편취한 것으로, 범행 내용과 방법, 피해액수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이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이씨가 보조금 일부를 협회 운영비 등 공적인 용도에 사용했고 범행 이후 B청에 보조금 일부를 반환한 점, 나머지도 매월 분할해 반환하기로 약정한 점 등이 양형 요인으로 고려됐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씨의 혐의 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방보조금을 부정수급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벌칙규정인 구 지방재정법 97조와 양벌규정인 98조 모두 2014년 5월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됐고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재판부는 "벌칙규정 및 양벌규정이 시행되기 전인 2014년께 이씨가 거짓 신청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방보조금 1300만원을 수령한 공소사실 행위는 지방재정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나머지 유죄로 인정된 부분에 대해선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4년께 보조금 수령으로 인한 구 지방재정법 위반 부분은 파기돼야 한다"며 "하지만 파기 부분과 유죄로 인정된 부분이 포괄일죄 또는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돼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돼야 한다"고 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