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대출금리 상승 여파가 전월세시장으로 확산하며 전셋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어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역전세난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실수요자들은 대출금리와 월세를 따져 유리한 쪽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전셋값 28주째 하락…가을 이사철 특수도 비켜갈 듯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주(5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16% 내렸다. 2012년 5월 시작된 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통계 집계 이래 전세가격 낙폭이 가장 컸던 지난주(-0.15%)보다 0.01%포인트 커진 수치로 역대 가장 큰 폭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2월 14일 -0.01% 하락 전환한 후 하락과 보합을 거듭하며 29주째 내리막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세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금리상승기에 대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으로 전세시장이 매매시장과 연동돼 동반 하락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리 여파로 매매시장은 물론 전월세 역시 약세가 불가피하다"며 "가을 이사철 특수가 발생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역전세난이 현실화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역전세난은 전세 시세가 기존 계약금액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새 전세 세입자를 받은 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금리상승으로 일부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가 늘어나며 전세 수요 자체가 위축돼 거래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주인이 은행 대출금을 못 내 경매로 넘어가 유찰될 수 있는 가격선이 깡통전세 시기라고 볼 때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교체 세입자를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매매시장 위축으로 전세가격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매입을 보류해 전세에 안주하는 수요와 공급 부족 등이 겹치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명박 정권 시기인 지난 2009년 전반적인 집값 안정은 전세 안주 수요를 확대했고 이는 100주 이상 전셋값 상승이란 사상 초유의 '전세대란'을 유발한 바 있다.
◆ 금리인상에 매매시장과 연동…깡통전세 유의해야
정부의 대출규제 등이 시장을 누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후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할 거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예상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할 거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며 "평택 등 일부 수요가 몰리는 지역을 제외하고 지방을 중심으로 하락폭이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전셋값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역전세난으로 깡통전세 우려가 큰 집이 늘어나는 만큼 임차인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전세 사기를 사전에 막기 위해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을 구축하고 악성 임대인 명단, 적정 매매·전세가 정보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선순위 권리관계 확인 권한을 임차인에게 부여하고 신축빌라 전세계약에 적정 시세가 반영되도록 공시가 적용을 150%에서 140%로 낮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전세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선순위 권리관계를 앱에 공개해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공시가 적용비율도 더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권대중 교수는 "피해가 주로 발생하는 비아파트 가격 공시 제도를 도입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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