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미국 정부가 전기차·반도체에 이어 바이오 산업에 대해서도 '자국 내 제조'를 천명하면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제약사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중국을 겨냥한 정책인 만큼 국내 바이오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12일 '국가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구체적인 윤곽은 현지시간 14일 관련 회의를 열고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생명공학 분야에서 미국에서 발명된 모든 것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바이오 생산을 확대하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것"이라며 "미국은 과거 생명공학 분야의 해외 생산을 허용해왔지만 중국의 첨단 바이오 제조 기반 시설에 대한 의존도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하면서 미국으로부터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국내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바이오의약품은 4486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는 전체 매출(1조5680억원)의 28.6%에 해당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워싱턴·텍사스·캘리포니아·노스캐롤라이나를 후보지로 두고 미국에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행정명령을 계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생산기지 투자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언젠간 가야 할 시장"이라며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도 미국에 생산기지가 있으면 직접 컨택이 가능해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국내에서 만들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말까지 공급하기로 한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수주총액은 6월 30일 기준 2331억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보유한 미국 시라큐스 공장을 인수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조심스럽게 호재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맞다고 내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세부안이 나오지 않아 확답하긴 어렵지만,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먼저 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 영향이 있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행정명령이 중국 견제용인 만큼 국내 기업에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중국 견제용이라면 우리나라가 중국의 대체 시장이 될 수 있다"며 "아시아엔 우리나라 이외에 마땅한 시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바이오 경제 시대에 리더를 하겠다는 차원에서 이번 행정명령이 나온 것이라면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정치력과 외교력을 동원해 우리나라 업체들이 미국에 생산기지를 만들어 연착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