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과세 당국을 상대로 증여세 등 900억원에 달하는 과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낸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15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세금을 적게 내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이날 조 명예회장이 강남세무서장 등 48명을 상대로 낸 증여세 연대납세의무자 지정·통지처분 등 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조세포탈과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재판을 받기 위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
앞서 강남세무서 등은 조 명예회장이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효성 등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배당받거나 양도해 시세차익을 봤다며 그에게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세 등을 부과했다.
이에 조 명예회장은 지난 2015년 3월 증여세와 종합소득세 등 897억여원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897억여원 중 증여세 641억여원, 양도소득세 223억여원, 종합소득세 4억여원 등 868억여원의 과세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증여세 477억원, 종합소득세 4억원, 양도소득세 32억원 등 약 513억원을 취소하라며 1심 판결을 변경했다.
재판부는 기존 명의신탁 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으로 새로운 주식을 취득해 동일인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기 전 해당 주식을 매도해 그 대금으로 대출금을 변제한 경우, 새로운 주식에 대해 다시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신 주식 취득과 관련해선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하거나 이에 관해 명의신탁자에 대한 연대납세의무를 부담시키기 위해서는 명의신탁자를 기준으로 부정행위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무신고와 관련해 본래의 증여세 납세의무자인 명의수탁자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의 납세의무자는 명의수탁자다.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와 연대해 해당 증여세를 납부할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할 뿐이므로,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의 과세가액 및 과세표준을 신고할 의무는 납세의무자인 명의수탁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에 관해 부당무신고가산세를 부과하거나 명의신탁자에게 이에 대한 연대납세의무를 부담시키기 위해서는 그 무신고와 관련해 본래의 증여세 납세의무자인 명의수탁자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원심은 명의수탁자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않고 명의신탁자의 행위만을 이유로 부당무신고가산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며 "명의신탁자인 원고의 행위만을 이유로 부당무신고가산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부당무신고가산세 부분을 위법 취지로 파기환송함에 따라, 조 전 회장의 납세 금액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2심은 513억원 취소하면서도 32억원의 부당무신고가산세를 내라고 판결했으나, 부당무신고가세를 내지 않아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과세 취소 총 금액은 545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897억원 중 352억원으로 대폭 줄어든 것이다.
한편 조 명예회장과 아들 조현준 회장은 지난 5월 성북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200억원대 증여세 및 양도소득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도 최종 승소했다. 이 판결로 당국이 부과한 세금 217억원 중 211억원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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