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새 정부가 들어서자 어김없이 '포스코 잔혹사'가 재현될 모양새다.
역대 포스코그룹 수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최정우 회장에 앞서 회장직에 올랐던 수장 8명 중 임기를 끝낸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이번에도 이런 분위기로 흘러가는 듯 하다.
조재완 산업부 기자 |
포스코를 둘러싼 여야 공수가 하루아침에 뒤바뀌었다. 국민의힘은 정권을 잡자마자 수비전을 풀고 포스코로 총구를 돌렸다. 최근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입은 침수 피해 책임을 경영진에 돌린 게 첫 번째 시그널이다. 업계선 '태풍'을 핑계 삼아 문재인 전 정부 인사 찍어내기가 시작됐다는 한숨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기류도 완연히 바뀌었다. '포스코 때리기'에 열을 올렸던 과거의 집권 여당은 온데간데없다. 전 정부 인사를 지키기 위해 수비 대형을 갖춘 야당만 보일 뿐이다.
뒤바뀐 공수전은 내달 4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제대로 실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 회장과 정탁 대표이사는 일부 국감장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됐는데, 이들을 소환한 쪽은 모두 여당 국민의힘이다.
반면 야당 민주당은 포스코 증인 소환에 상당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한때 '포스코 저격수'로 불렸던 중진 의원조차 이번엔 잠잠하다. 그는 과거 '최정우 경영진'을 향해 "악덕기업 경영진" "무법천지" 등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최 회장 연임을 반대했던 대표적인 민주당 인사다. 지금 침묵하는 그를 보고 있자면, 불과 1년 전 그가 주최한 포스코 토론회를 취재했던 시간이 의아할 지경이다.
포스코 최대주주는 지분 9.3%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5년에 한번 포스코를 둘러싼 촌극이 벌어지는 배경은 여기에 있다. 새 정부는 이 지분을 무기삼아 입맛대로 총수를 교체해 왔다. 권력 앞 포스코 수장들은 '바람 앞 등불'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정부 여당의 '포스코 흔들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공정'을 기치로 걸고 탄생한 정부이지 않나. 최 회장이 지난 임기동안 포스코 역대 최고 매출을 내는 등 재무건전성을 향상시키고, 핵심사업 경쟁력을 대폭 강화한 실적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최근 포스코는 10년 만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신용등급 'A-'로 올라서기도 했다.
가뜩이나 철강업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국내 철강업 대표주자인 포스코가 침수 피해를 극복하고 조기 경영 정상화에 들어서는 게 업계 바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코 복구 지원을 위해 경쟁 철강사들까지 발 벗고 나선 상황이다.
"한국 산업의 힘찬 견인차 역할을 해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20대 대통령선거 당선 직후인 지난 4월 포스코에 당부한 말이다. 지금은 철강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정부 여당이 견인차 역할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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