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둘러싸고 헐값매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우조선 이사회에서도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에 '유보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지난 27일 이사회의사록(제3차 임시이사회)에 대한 정정공시를 냈다.
당초 26일 대우조선이 제출한 이사회의사록에 따르면 출석이사 7명 전원이 투자합의와 유상증자 승인 등 안건에 찬성을 했다고 공시했으나 이튿날 정정신고를 통해 출석이사 7명 중 6명 찬성, 1명은 유보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이사회 부의안건은 (한화그룹과의) 투자합의 체결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승인의 건이다. 당시 임시이사회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대우조선은 정정사유를 '단순 기재오류'라고 적시했다.
출석이사 7명 전원 찬성에서 1명 유보로 하루 만에 이사회 의사록이 뒤바뀐 배경과 유보의견을 낸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의사록에는 "본 투자합의서 작성 및 체결, 세부사항의 조정, 부속 계약(비밀유지계약, 상호협력 등에 관한 합의 등)의 체결 및 기타 필요한 수수 행정절차의 진행 등에 관해서는 대표이사(박두선 의장)에게 권한을 위임한다고 돼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사회 의사록 기재오류와 유보의견과 관련해 "실무자가 당연히 (7명의 이사들이) 찬성할 것으로 보고 서류를 찬성으로 만들어놨는데 1명이 유보의견을 냈다"며 "정정해서 했어야 했는데 기존에 준비했던 것으로 공시가 나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유보를 한 이유는 잘 알지 못하고 단지 (대우조선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의견표시를 안하겠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26일 대우조선해양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조원 어치의 신주를 발행해 한화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계획대로 진행 시 한화그룹은 49.3%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산은은 28.2%로 2대 주주가 된다.
하지만 인수 가격이 그동안 투입됐던 공적자금 규모와 2008년 한화그룹이 제시했던 6조3000억원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헐값 매각'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산은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거래의 특징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 헐값 매각 여부에 대한 논의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산은은 반박 입장문에서 "본건은 산은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매각이 아니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에 대해 2조원 규모의 신규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라며 "산은은 신규 투자유치를 통해 대우조선 기업가치가 상승한 이후 주식을 매각하면 자금 회수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2008년 매각 추진 당시 제시된 인수가격 대비 헐값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우조선의 적정 기업가치 판단은 인수합병 추진 시점별 재무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인수합병 추진 시점과 비교해 현재 대우조선의 재무상황은 현저하게 악화됐기 때문에 거래조건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우조선 이사회는 박두선 대표이사(의장)을 포함해 우제혁 이사, 이영호 이사(이상 사내이사), 김인현 이사, 최경규 이사, 김보원 이사, 송민섭 이사(이상 사외이사) 등 7명을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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