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일부 점령지에 대해 합병을 공식 선언하자 미국과 유럽 등은 이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합병하려는 러시아의 사기 같은 시도를 규탄한다"면서 러시아가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어기고 우크라이나를 멸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이같은 움직임을 차단하고 러시아에 그 책임을 묻기 위해 국제 사회를 더욱 결집할 것"이라면서 "인접한 국가와의 국경선을 다시 그으려는 러시아의 뻔뻔한 시도에 굴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인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밖에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방침을 밝히면서 "우크라이나 영토를 변경하려는 불법적인 시도를 정치·경제적으로 지원한 개인 및 단체에 비용을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을 응징하기 위한 광범위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주민투표와 강제 병합에 조력한 엘비라 나비올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 알렉산더 노박 부총리 등 주요 인사와 가족 14명과 러시아 의회(국가두마) 및 연방평의회 의원 278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재무부는 이밖에 러시아에 방산 관련 부품을 조달한 중국 시노전자와 아르메니아 타코 등도 제재 명단에 포함하면서 제3국 기업이나 개인도 러시아에 금지된 지원을 할 경우 제재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상무부는 러시아가 전쟁 수행과 관련된 기술 또는 자원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57개 기업 및 단체를 제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우크라이나군 포로에 대한 고문및 가혹 행위와 관련된 러시아 및 벨라루스 군 관계자들에 대한 비자 제한 조치를 내렸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이사회 공동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합병 선언은 불법이라고 규탄하면서 이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성명은 "러시아는 국제질서를 위태롭게 하고 있고,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명시된 독립, 주권, 영토 보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기본권을 의도적으로 침해함으로써 세계 안보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모든 국가와 국제기구가 불법 합병을 분명하게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도 "나토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영토 합병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겠지만 지원은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실시한 주민투표와 합병 선언은 국제법을 어긴 것이라면 이를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되찾을 권리를 분명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G7은 이와함께 러시아의 이같은 불법 행위를 지원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의 병합을 공식 선언하고 병합 조약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병합 기념식에서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4곳의 새로운 지역이 생겼다"며 "루한스크, 도네츠크, 헤르손 지역, 자포리자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영원히 우리 동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4개 지역은 지난 23~27일 러시아와 현지 친러 행정 조직이 주도한 주민 투표가 실시됐고, 지역별 87~99%의 찬성률로 러시아와의 병합을 결정했다.
이들 지역의 공식 병합을 선언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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