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난주 강력했던 고용 지표 탓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내년 미국의 고용시장 한파가 연준이 각오한 수준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 4분기 중 일자리 성장 속도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며, 내년 1분기 매달 17만5000개 정도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켄터키주 프랭크퍼트 실업사무소 밖에 줄선 사람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마이클 게이픈 BofA 수석 미국 경제 담당자는 "연착륙보다는 경착륙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전제"라면서 내년 내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준은 아직까지도 경기 침체를 겪지 않으면서 물가를 낮추는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BofA는 내년 상반기 중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9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26만3000명 증가해 8월의 31만5000명보다는 줄었지만 월가 예상치를 밑돌지는 못했다.
특히 9월 실업률은 8월과 변함없이 3.7%에 머물 것이란 시장의 일관된 전망을 깨고 3.5%로 하락했다. 50년 만에 최저치이자 앞서 7월 기록한 수치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9월 경제활동 참가율은 62.3%로 8월 62.4%에서 소폭 내렸다.
지난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 지속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실업률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연준이 예상한 내년 실업률은 4.4%로, 일자리로 환산하면 120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사라질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날 BofA는 내년 미국의 실업률이 5% 내지 5.5%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이픈은 경기 침체들이 대개 빠른 회복을 보이나 이번에는 연준이 인플레 파이팅에 워낙 단호한 만큼 침체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노동시장이 6개월 정도는 부진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물론 BofA가 예상하는 내년 실업률 5.5%는 코로나 팬데믹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4월 기록했던 15% 수준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의 노동시장 침체가 연준의 또 다른 정책 실수의 한 단면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경고음은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이코노믹 폴리시 인스티튜트(EPI)의 리서치 디렉터 조쉬 바이븐스는 일단 실업률이 오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연준이 예상하는 4.4% 부근까지 올랐을 때 긴축에 브레이크를 걸어도 실업률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들 중에는 연준이 왜 굳이 고용을 짓눌러 물가를 잡아야 하는지 회의적 시선도 적지 않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안 셰퍼슨은 "연준은 노동시장이 꽤 가파르게 둔화되길 원하는 것 같은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면서 공급망 이슈가 정상화되면 내년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럽게 급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역시 이전의 금리 인상과 앞으로의 추가 인상이 여태 본 적 없는 방식으로 미국 경제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준의 공격적 긴축에 경계심을 보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