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대형마트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된 건물에 관리자의 출입제한이나 제지가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건조물 침입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마트산업노동조합 소속 A씨 등 7명이 업무방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 등 7명은 노조원들의 인사발령 및 해고 문제와 관련해 홈플러스 본사와 분쟁 중이었다. 이들은 2020년 5월 28일 홈플러스 대표이사 등이 서울 강서구에 있는 홈플러스 강서점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해당 문제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2층 매장으로 갔다.
A씨 등은 손에 '부당해고'라고 쓰인 손팻말을 든 채 본사 임원진과 점장 B씨 등을 약 30분간 따라다니며 '강제전배 멈춰라' '통합운영 하지마라' 등의 고성을 질렀다. 검찰은 A씨 등이 B씨 등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1심은 홈플러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다수의 피고인이 근무 시간 중에 일반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는 매장 내에서 손팻말을 들고 B씨 등을 계속 따라다니며 고성을 지르고 이를 카메라로 촬영한 것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 볼 수 있고, 현장점검 업무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상급간부가 조합활동과 관련해 회사 내에 출입할 수 있어 A씨 등이 평소 그곳에 출입하는 것이 허용된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B씨의 추정적 의사에 반해 들어가,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 해하여져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부연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으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따라서 침입 여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인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된 건조물에 관리자의 출입 제한·제지가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로 볼 수 없어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 등이 위력을 행사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이 B씨 등에게 욕설·협박을 하지 않았고, 약 1~2m 이상의 거리를 둔 채 진행에 따라 따라다니기만 하는 등 진행이나 업무를 물리적으로 막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A씨 등은 인사정책 결정권과 인사 재량권을 가진 대표이사를 직접 만날 기회에 해고와 전보 인사명령 등에 대해 항의하거나 복직과 전보 인사명령의 철회를 요청하려 한 것이지 B씨의 관리업무를 막거나 중단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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