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지난달 미국의 물가 상승세는 예상보다 강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렌트와 운송 서비스, 의료비용 등도 오르며 물가는 '전방위적' 상승세를 보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도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어 11월 회의에서도 연준이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사실상 기정사실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미국 워싱턴의 식료품점에서 상품을 진열하는 직원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식료품·임대료·운송 서비스 비용 등 '전방위적' 상승세...에너지 가격 하락도 상쇄
미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9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2%, 전월 대비로는 0.4% 올랐다고 밝혔다. 다우존스 전문가 사전 전망치(전년비 8.1%, 전월비 0.3%)를 모두 웃도는 결과다.
8월 CPI가 전년대비 8.3% 올랐던 것이나 6월 9%에 비하면 후퇴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8%를 웃돌며 1980년대 초반 이후 최고 근방에 머물고 있다. 또 전월 대비로는 8월(0.1%)보다 상승세가 오히려 강화됐다.
변동성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수치 역시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지난달 근원 CPI는 전년 대비 6.6%, 전월에 비해서는 0.6% 올랐다. 8월의 수치(전년비 6.3%, 전월비 0.6%)나 시장 전망치(6.5%, 0.5%)를 모두 웃돌았다.
지난달 큰 상승폭을 보인 건 식료품 가격이었다. 9월 식료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1.2% 급등하며 전체 헤드라인 수치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전월에 비해서도 0.8% 오르며 8월과 같은 오름폭을 보였다.
식품 가격 상승은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효과도 상쇄했다. 에너지 가격은 휘발윳 값이 4.9% 하락한 데 힘입어 9월에는 2.1% 내렸다. 다만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0월 들어 휘발윳 값이 20센트 가까이 상승해 10월 에너지 가격을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전체 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CPI 상승 주범으로 주목받아온 렌트(임대로)비는 전년보다 6.6%, 전월 대비로는 0.7% 각각 올랐다. 운송 서비스 비용 역시 전년보다 14.6%나 폭등하며 물가 상승에 일조했다. 전월에 비해서도 1.9% 올랐다. 의료 비용도 전월보다 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 금리 선물 시장 11월 0.75%p 인상 가능성 98.6%, 내년 3월 금리 전망치 4.75~5%
CPI 발표 전 영국 정부가 감세안을 일부 수정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후 상승폭을 확대하던 미 주가지수 선물은 예상보다 강력한 물가 수치에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동부시간 오전 9시 25분 현재 S&P500과 나스닥 지수 선물은 각각 2% 넘게 낙폭을 확대했으며, CPI 발표전 280포인트 넘게 상승하던 다우지수 선물은 상승폭을 모조리 반납하고 480포인트 급락하고 있다.
금리에 민감한 성장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대되며 엔비디아, 테슬라, 구글의 주가는 개장 전 각각 4% 이상 폭락하고 있다.
길트채 하락세에 덩달아 하락세를 보이던 미 국채 금리도 일제히 뜀박질하고 있다. 지표가 나오기 전 소폭 하락하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4.057%로 4%를 돌파했다. 지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시장에서도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미 동부시간 13일 오전 현재 미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 [사진=CME그룹 데이터] 2022.10.13 koinwon@newspim.com |
현재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11월 기준금리를 75bp(0.75%) 인상할 가능성을 이제 98.6%로 반영했다. 불과 며칠 전 80% 수준이었던 데서 한층 더 올랐다. 사실상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또 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내년 3월까지 기준금리를 4.75~5%로 끌어올릴 것으로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9월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서 위원들이 예상한 중간값(올해 말 4.4%, 내년 말 4.6%)보다도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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