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11 yooksa@newspim.com |
[서울=뉴스핌] 대담 = 박인옥 부국장(사회부장), 정리 = 김범주·소가윤 기자
진보 교육의 바통을 이어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3기 타이틀로 '공존'을 내걸었다. 의견과 신념 차이가 더 벌어지면서 사회적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반영했다. 노동이나 인권, 환경 등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펴왔던 기존 교육관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조 교육감은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학력은 배움을 통해 지적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미래학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과 정책을 부활하겠다는 것이 3기 기조이며 공존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무대에 나설 우리 학생들의 경쟁력을 위한 '공교육'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교육감의 몫이라는 뜻도 밝혔다. 그는 "공교육 체제 내에서 어떻게 세계적 수준의 교육역량을 갖추도록 할 것이냐는 것이 주된 도전과제"라며 "다만 성적으로 '줄 세우기'를 하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까지 갖추게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과거 공교육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윤석열정부의 세 번째 교육부 수장으로 지명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자율형사립고 확대를 통한 고교서열화 조장, 경쟁교육 심화, 일제고사 전면시행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육감은 "우선 (현 정부에서) 자율형사립고 존치가 현실화 된다면 나서서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2025년 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이 확정돼있는데, 새 정부에서 이를 취소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대해서는 획일적 평가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자율평가가 전수평가 방식으로 실시될 경우 일제고사 시절의 부작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소신도 밝혔다. 조 교육감은 "애초 학교 희망에 따라 학교나 학급 단위로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0.11 yooksa@newspim.com |
다음은 조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3기 조희연'은 무엇이 다른지
▲차이를 말하기 전에 교육 환경의 변화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 학부모는 이미 국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사고, 외고에 아이들을 보내야 할 것이냐, 이른바 SKY대학에 진학시켜야 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차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글로벌 최고 대학에 보내기 위해 국제학교에 보내거나 학원형 국제학교에 보내곤 한다. 경쟁 무대가 세계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교육적 여건의 변화 속에서 언제까지 우리 학생들을 일등에서 꼴등까지 줄세우기 차원의 교육을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공교육 체제 내에서 세계적 수준의 교육 역량을 갖추도록 할 것이냐'가 주요 도전이며, 서울교육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주된 과제라고 생각한다.
-타이틀로 내세운 '공존'에는 무엇을 담고 있는지
▲3기 출범위원회의 이름이 '공존교육 전환위원회'다. 여성가족부 폐지, 교육부 폐지, 신구 대통령 인사 갈등 등 많은 이분법적인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이런 주제들이야말로 '내 입장이 올바르다'라는 접근법보다는 '접점 찾기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과거 보수 의제였던 것들도 시대 변화를 반영해서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한다. 이 역시 진보 의제와 보수 의제가 공존하는 교육행정이다. 대표적으로 '교권'이다. 예전 진보 진영은 학생 인권에 집중하면서 교권에는 소홀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열정을 갖고 수업을 할 수 있어야 교육이 살아난다. 선생님들이 교육 전문가로서 정당한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관련 조례를 추진 중이다.
-사실상 '공존'의 첫 시험대가 이주호 부총리 후보자와의 협치다. 협치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전체 업무의 5~10%가량만 교육부와의 갈등 영역에 있고, 대부분은 협치 영역이다. 자사고를 비롯해 일부 정책에 집중되다보니 갈등이 큰 것처럼 보이지만, 90% 이상이 공통영역이다. 오히려 17개 시도에 분산된 교육정책 중 공통분모를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꾸로 제시하는 중이다.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하향식으로 추진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과감하게 공통분모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가면 좋을 거 같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11 yooksa@newspim.com |
-자사고 유지 등 갈등 요소는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다시 무위로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만일 자사고 존치가 현실화된다면 강력하게 반대하고 싸우지 않을 수 없다. 현재까지 자사고 10개가 일반고로 전환했는데, 반드시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적인 압박에 의해서만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만일 자사고 존치가 다시 추진된다면 다른 교육감님들과 연대하면서 싸우지 않을까 생각한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방식을 놓고 갈등 조짐이 보이는데
▲우선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가 전수평가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애초 계획대로 희망에 따라 학교나 학급 단위로 평가를 자율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 일제고사식의 평가를 통해 수많은 부작용을 경험했다. 학교평가가 시도교육청별 특별교부금 배분 등 주요 지표로 사용되면서 학교 현장에 혼란이 있었다.
중3, 고2 학생의 3%를 표집해 실시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다르게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는 올해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해당 평가에 참여 여부는 학교의 희망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자율평가를 '전수'로 한다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다.
-'기초학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기초학력 진단은 어떤 학생에게 지원을 해야 할 것인가를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절차로 봐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지원으로, 이에 대한 지원책은 마련해 추후 발표할 계획도 있다.
-'장기적인 교육 정책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
▲교육은 국교위라는 장에서 협치의 경험을 쌓자는 것이 개인적 소망이다. 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협력적인 국가운영전략을 수행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 정부도 같은 길을 걷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교위 위원장 임명이라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존과 협치의 장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협치나 공존보다는 권위주의 세력·유산과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는 시대에 있다는 점을 부정하긴 어렵다. 저도 자신은 없지만, 가보지 않은 길 개척했으면 좋겠다. 22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무엇이 좋을지를 개방적 자세로 논의하기를 소망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10.11 yooksa@newspim.com |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에 대한 협치 가능성은
▲현재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특별위원회 구성해서 액션플랜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다만 미래를 위한 고등·평생교육 투자를 이유로 유·초·중등교육 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결과'인데 효과적인 해법인지는 의문이다. 유·초·중등교육뿐만 아니라 고등·평생교육 분야 재정도 적극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합리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교육교부금은 변동성이 크고 예측이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와 연동돼 경기 변동의 영향이 크고 예측이 어려운 구조다. 교부금이 과도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중장기 추계를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태블릿PC 등 IT 기기 지원에 대한 부작용 지적이 있는데
▲자동차 사고가 우려된다고 자동차를 안 쓸 수는 없지 않을까. 스마트기기를 통한 학습 목표는 기본적으로 수업 혁신,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다. 에듀테크 기반의 수업혁신에 목적이 있다. 이미 디지털시대, 에듀테크시대,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에 맞는 역량과 새로운 수업 이뤄지도록 하자는 정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다만 디지털 시대는 그에 맞는 절제력 갖도록 노력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조사해보면 학부모의 80% 이상이 불가피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기기 관리 시스템(MDM)을 통해 유해사이트 접속 및 유해앱 설치 등을 차단하고, 제어하는 방법이 있는데, 서울대에서 개발한 시스템을 고도화해 해결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농촌 유학프로그램의 집중 추진 계획도 밝혔는데
▲농촌유학은 생태시민육성을 목표로 서울의 아이들에게 생태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3기에서는 농촌 유학을 테마형으로 발전시켜 지역적 특성을 살리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예를 들어 세계 태권도 성지인 무주로 유학을 가는 학생들에게는 태권도, 판소리의 고장 남원의 경우에는 판소리를 배우는 일종의 '테마형'을 기획 중이다.
아울러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향을 손주에게 제2의 고향으로 선물하자는 계획도 있다. 앞서 의무화에 가까운 수준으로 추진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환경위기 시대에 생태환경교육 일환으로 해외에 수출할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한다. 해외 홍보 팜플렛도 만들고 있다.
-임기 중 실현 목표가 있다면
▲'국토인생' 교육감으로도 불리길 바란다. 글로벌 시대전환 속에 '국제공동수업' '토론수업' '인공지능´코딩교육' '생태전환교육'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원격수업 시스템이 완비되는 것을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외국 학생들과 토론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교육 방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덧붙이자면 우리는 지금 1등과 같은 위치에서 어디로 가야할지를 고민하는 위치에 있다. 우리가 길을 개척하면 세계적인 것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wideope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