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한국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왔다.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12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총 2조1922억원 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9000억원이 삼성전자에 쏠려있다. 또 다른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도 8000억원 규모로 쓸어 담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메모리반도체 업황 바닥에 대한 기대감과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에 대한 반사이익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12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이 기간 총 2조1922억원 규모를 사들였다.
이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8959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도 8052억원 규모로 담았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6.4%, SK하이닉스는 15.3% 오르며 코스피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순매수 행진은 의아한 일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3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31.73%나 뒷걸음질 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오는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1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2%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알려진 악재를 대부분 선반영한 만큼 미반영된 호재에는 민간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란 시선을 보낸다.
최근 마이크론·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들이 투자 축소와 감산을 결정하면서 혹독한 겨울을 겪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다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바람에 펄럭이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좌)와 중국의 오성홍기. 2021.01.21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감산과 대폭적인 설비투자 축소를 통해, 낮춰진 기대수요 증가율에 맞춘 공급 축소 발표는 일단 심리적 시황 바닥에 도달했다는 시그널을 제시한다"며 "향후 다른 메모리업체들도 같은 행태를 따를 것으로 예상하며, 내년 수급 개선을 위한 전초 단계로 판단된다"고 해석했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도 "전방 수요 둔화를 감안한 선두업체들의 보수적인 메모리 공급 기조 표명은 급격하게 악화되는 메모리 업황의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로 경쟁사인 대만의 피해 우려는 높은 반면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에 외국인의 유입을 이끌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7일 중국 반도체 기업에 자국의 반도체 기술과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고강도 규제 조치를 통보했다. 동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서는 1년동안 미국 정부에 허가를 신청하지 않고도 장비를 수입하도록 허용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현재 삼성과 SK는 중국 공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어 여러 장비를 수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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