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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안 후폭풍' 영국 트러스 총리 전격 사임...300년 역사에 '최단명' 총리 불명예

기사등록 : 2022-10-2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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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보수당 내 높아진 퇴진 압박에 결국 굴복
450억파운드 '미니 예산안'에 결국 발목잡혀
후임으로는 수낵 전 재무, 벤 윌리스 국방장관 등 거론

[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46)가 20일(현지시간) 사임했다. 지난달 내놓은 '미니 예산안'에 따른 후폭풍으로 당 내외에서 퇴진 압박에 시달리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9월 6일 취임한 지 불과 44일 만이다. 이로써 300년이 넘는 영국 내각책임제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고 떠나게 됐다.

미국 언론과 인터뷰 하는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2022.09.20 [사진=로이터 뉴스핌]

◆ 보수당 내 불신임 의견 제출 의원 100명↑...당내 퇴진 압박에 결국 굴복

총리는 이날 런던 다우닝가에서 발표한 사임 성명에서 "지금 상황을 고려할 때 선출된 총리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보수당 대표직을 사임한다는 뜻을 국왕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이날 총리는 보수당 경선을 주관하는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과의 회동 후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앞서 16일 데일리메일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브래디 위원장에게 100명이 넘는 보수당 하원의원이 트러스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요청하는 서한을 제출하려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은 트러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즉각 허용하는 쪽으로 당규를 바꿀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 앞서 총리 대변인실은 트러스 총리가 임기를 수행하기를 원한다고 밝혔으나, 이날까지 총리의 사임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보수당 의원은 17명에 이르렀으며, 브래디 위원장에게 총리에 대한 불신임 의견을 제출한 보수당 의원의 수는 이날까지 100명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러스 총리는 전날 하원에서 열린 총리 질의응답에서도 야당의 사임 요구에 "나는 싸우는 사람(fighter)이지 그만두는 사람(quitter)이 아니다"라며 버틸 것이라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지만, 결국 당내 높아진 퇴진 압박에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 450억파운드 '미니 예산안' 후폭풍에 내각 줄사퇴 전망에 결국 불명예 퇴진

트러스 총리가 이처럼 급작스럽게 사임을 결정한 데에는 지난달 23일 발표한 대규모 감세안이 포함된 '미니 예산안'이 결정적인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총리는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법인세 인상 계획 철회, 소득세 인하 등을 골자로 한 약 450억파운드 규모의 예산안을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정작 대규모 예산안을 뒷받침할 재원 마련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이에 영국 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재원 마련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고,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영국 국채 금리(가격과 반대)는 급등하는 등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영국 국채 금리 급등에 미국 국채 금리까지 덩달아 급등하자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는 등 트러스 감세안의 파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에까지 확산했다.

금융시장 혼란 속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이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줄하향했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국제통화기금(IMF)마저 이례적으로 영국의 감세안에 우려를 표시했다.

결국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긴급 국채 매입에 나서며 시장 안정에 나섰으나, 애초에 시장의 혼란을 유발한 감세안의 대대적 철회 없이는 시장의 혼란을 가라앉히기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에 트러스 총리는 지난 14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런던 로이터=뉴스핌, 차에서 내리는 쿼지 콰텡 영국 전 재무장관] 2022.10.14.koinwon@newspim.com

하지만 이후 신임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이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을 대부분 철회하기로 결정했고, 사실상 총리직 선출의 핵심 공약이라 할 수 있는 감세안이 사실상 폐기됨에 따라 '좀비 총리'라는 조롱 속에 사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루 전인 19일에는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며 내각 줄사퇴 전망이 나왔고, 사실상 총리직을 수행할 동력을 상실한 가운데, 보수당 내 퇴진 압박이 거세지자 이날 사임을 전격 발표했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자신의 후임자를 뽑는 선거가 다음 주 있을 예정이며, 차기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의 후임으로는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과 트러스 총리와 경합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 벤 월리스 국방장관,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제1야당인 노동당은 아예 총선을 치루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koinw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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